오바마 당선…‘北核·인권정책’ 어떻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미국 제44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꺾고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다. 8년 만의 민주당 집권에 따른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가 주목된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오바마 정권의 북핵문제 해법이다. 미북합의에 따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와 북한의 불능화 재개가 이어졌지만 북핵문제는 여전히 2005년 수준의 제자리걸음이다. 아직 신고서에 따른 ‘검증의정서’도 미확정 상태로 ‘폐기단계’까지는 길이 멀다.

일단 오바마 정권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를 접근하면서 미북 양자회담을 적극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오바마 측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협상을 포기하는 바람에 핵실험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하며 직접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특히 미북 양자 간 대화의 중요성을 거론, 정상회담과 수교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보다 한층 유화된 대북정책을 취할 것으로 기대돼 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에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자의 “나는 북한에 대한 어떠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켜내기 위해 단호해야 할 뿐 아니라 양보해서도 안 된다”고 한 발언에 비춰볼 때 북핵 해결 과정이 그리 녹녹치만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오바마 정권에 따른 유리한 협상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권당인 민주당도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군사행동까지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당선자도 지난해 포린어페어즈지(誌)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군사행동 선택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가 최근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국방부 전직관리 등 실무형 전문가로부터 외교정책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또 집권초기에는 경제 불황에 따른 국내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 점과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중동문제에 힘을 기울일 가능성도 크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집권초기에는 금융, 경제, 보건, 복지 등 집권초기 국내적 문제에 집중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중동문제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북정책에서 북핵문제를 최우선 해결과제로 주목하는 오바마 정권의 대북 외교정책은 북한의 핵포기가 선행되지 않는 한 오히려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전통적 대북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직접대화 ‘투트랙 구상’ 통한 北核해법=오바마 정권은 당분간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과 더불어 북미간 직접대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했던 2기 부시 행정부의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과의 협력과 조정이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자의 의원시절 수석 보좌관인 그레그 크레이그도 “오바마 의원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서둘러 변경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민주당도 대선 정강정책에서 직접외교와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이라는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2기 부시 행정부와의 대북정책과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핵 6자회담을 넘어선 미북간 양자 대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인수인계 과정에서 북핵에 대한 북한 측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특사나 고위급 대북접촉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2기 부시 행정부 북핵협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미 상원을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오바마의 당선은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추진력이 강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분간 부시 2기를 이어갈 것”이라며 “직접대화 등의 유화된 대북정책을 보이곤 있지만 반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국가에는 강력한 제제를 할 것이라는 것도 밝히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과 관련, 윤 교수는 “6자회담 틀을 유지하면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양자 직접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한동안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끌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은 “지금까지의 6자회담도 미북 양자회담이 핵심이었고 6자회담은 단지 추인하는 수준이었다”며 “앞으로도 그대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이라는 목표가 분명하다. 민주당도 정강정책에서 “핵무기와 핵물질의 확산 방지 및 제거를 위한 전 지구적 차원의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5개국 및 핵심 관계국의 정상들이 모이는 회의를 2009년 개최하고, 이후 정기적으로 회의를 이어 가겠다”는 구상도 담겨있다.

북핵 해결 과정에서 미국만의 독자적·일방적 행보가 아닌 관련국과의 협력을 통한 해결 방식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인권 문제, 대북정책 추동력되나?=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인권문제에 관심이 지대하다. 부시 행정부 때에도 미 북한인권법만은 여야 상하원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따라서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오바마 정권의 정책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정강정책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관련해 “우리는 북한 등 압제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오바마도 지난해 중국 내 탈북자 강제 북송을 저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북한자유를 위한 한인교회연합’(KCC)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는 서한에서 “북한 주민들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 양심을 누릴 수 있어야 하며 탈북을 했더라도 강제북송돼 박해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탈북자들은 난민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서 북한인권 문제는 향후 지역회담에서 반드시 거론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북핵문제가 차기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최우선 과제가 되겠지만, 북한 인권문제 역시 중요하게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핵문제와 인권문제의 해법을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박영호 연구위원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인권을 거론하지 않거나 나중 순서로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북 경제적 지원이 인권문제 개선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위원장도 “북한의 핵포기가 어렵다고 여길 경우 인권문제를 전면에 내걸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여론전, 인권단체 등에 대한 지원, 대북 경제적 제재 등의 수단을 동원, 인권문제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북 관계정상화 속도 내나=오바마 후보의 당선 확정으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통미봉남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집권당인 민주당도 동맹국과의 동맹강화를 근간으로 북한문제를 접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도 정강정책에서 미국의 지도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한국, 일본, 호주, 태국, 필리핀 같은 동맹과 강력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한미동맹 유지·강화의 필요성을 명시했다.

다만, 북핵문제 등 외교적 사안에 대해 오바마 정권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 접근 보다는 다자적 접근을 우선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오바마 정권은 미일·한미동맹 등 양자동맹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다자동맹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일방적 정책이 아닌 국제사회와의 조화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오바마 정권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한다고 하면서도 비용과 고통을 분담하는 체제를 염두해 두고 있다”며 “비용분담 측면에서 동맹정책을 감안할 때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이전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과정에서도 외교적 성과에 급급해 일방적인 유화정책만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부시 행정부에 비해 좀 더 양극단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오바마 정권은 일단 대화를 시도하겠지만 ‘이대론 안 된다’고 확인되면 더 강력한 대북 외교·경제적 제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적’ 제재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윤 교수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북 관계정상화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면서 “부시 행정부는 8년간 레드라인이 없었지만 클린턴 행정부만 보더라도 북한이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군사적 조치도 고려했다. 일방적 유화책만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위원은 “초기 부시 행정부의 실정과 오류를 지적하며 상대적으로 미북정상화 등 북한에 ‘당근’을 제시하는 등의 외교·경제적 수단을 강조할 것”이라면서도 “북핵 페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는 등의 여건이 조성되기 전엔 (미북간) 정상회동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