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국제정치무대 ‘시험대’ 올라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해외에서 각종 도전에 직면하며 ‘시험대’에 서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례 행사’처럼 늘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이런 도전들이 다소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이 경제위기와 아프간 전황 악화 등으로 국내외 악재에 휩싸인 가운데, 각종 극단주의 세력이 성장해 미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권력자로 재부상해 미국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오바마는 흔히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대통령이지만, 현재 그는 해외에서 적들과 오랜 친구 양쪽으로부터 이러저러한 도전으로 시험대에 몰리고 있다고 AP통신이 18일 분석했다.

북한이 오바마 정부 출범 뒤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엄중 경고’를 했다.

북한뿐 아니라 예멘에서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오바마를 시험대에 서게 하는 국가들은 많다.

예멘은 알-카에다와 연루된 170명의 무장 세력을 최근 석방했고, 파키스탄은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에 핵개발 관련 비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압둘 카디르 칸 박사를 풀어줬다.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 자신의 ‘텃밭’이었던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서 세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키르기스스탄을 꼬드겨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필수적인 자국 내 미 공군기지를 폐쇄하도록 했다.

최근 미국은 러시아가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는데 협력한다면 체코와 폴란드 등지에서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냉전시절 구(舊) 강대국에서 ‘포스트 9.11’시대에 신(新) 강대국으로 재부상한 러시아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일종의 유화책인 셈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괴롭히는 탈레반도 마찬가지다. 리처드 홀브룩 미 아프간 특사가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기 하루 전,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 건물에 대한 동시다발적 총격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

패디 애쉬다운 전 유엔 보스니아 특사는 AP와 인터뷰에서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 초기 몇달 이런 종류의 도전에 직면하지만, 지금처럼 이런 도전이 자주, 그리고 다양하게 일어나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분명히 전임 대통령들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다”며 “이런 도발을 한꺼번에 같이 하자고 미리 입을 맞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특정 의제를 가진 행위자들이 미국의 새 정부의 반응이 어떤지 지켜보고 싶어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세계의 미국에 대한 ‘도발’은 지난 2001년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보다 훨씬 복잡한 시점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냉전 시절 미국의 새 대통령은 소련을 상대하기만 하면 됐다. 전 세계를 두 개의 거대 진영으로 양분했던 두 나라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심지어 우주에서까지 각축전을 벌였었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이러한 세계 정치 지형은 완전히 뒤바뀌어, 수십개의 다른 진원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미국에 극단적 위협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민족국가(nation state)의 경계를 뛰어넘어 정부와 관련을 맺지 않은 독립 테러 세력도 미국은 상대해야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중동지역을 ‘성동격서'(聲東擊西)하며 미국을 괴롭히는 ‘알-카에다’다.

여기에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었던 서유럽도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미국과 갈등을 빚더니,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자 기후 변화 등에서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에 나서라며 제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의 도미니크 므와시 연구원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시험’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한 수준이라며 “보통 새 대통령을 ‘테스트’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미국이 경험이 많지 않은 젊고 새로운 팀에 의해 이끌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새 미국'(new America)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쉬다운 전 특사도 “이제 초강대국(superpower) 하나가 세상을 지배하던 세상은 지났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좀 더 세밀하고 다면적인 새 외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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