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안보 국정과제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일까?
지난해 12월1일 국무장관의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오바마 당선자는 차기 국무장관이 다뤄야할 외교안보 이슈를 나열하면서 ‘북한과 이란으로의 핵무기 확산 방지’를 첫 번째로 거론했다.
당선 후에 공개한 ‘오바마-바이든(부통령) 플랜’에서도 외교안보 국정과의의 최우선 목표로 ‘핵무기 없는 세계(nuclear-free world)’를 제시했다. 북한과 이란으로의 핵무기 확산 우선 방지→핵확산금지조약(NPT) 강화를 통한 핵확산 단속→핵확산방지구상(PSI) 강화→러시아 및 핵보유국의 핵무기 감축을 실현하겠다고 계획이다.
즉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를 우선 집중·해결하고, 핵확산을 막으면서 점차 핵감축을 통해 종국에는 전면 폐기해 ‘핵없는 세계’를 추구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힌 셈이다.
◆오바마, 核테러 막고 핵확산 제어=오바마 당선자는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의 안전을 위해서 핵무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고 핵 확산을 제어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오바마 당선자의 이 같은 관심은 미국 진보진영의 핵 감축 주장과 테러리스트의 미국 핵 공격설(說)로 불안해하는 미국인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오바마-바이든 플랜에서도 세계 테러 근절을 위해 ▲이라크 전쟁을 책임 있게 종식하고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집중, 알카에다 조직을 색출하고 테러를 차단·전멸시키며 ▲21세기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을 대비시키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테러범들이 핵 장악을 막기 위해 4년 안에 취약한 지역의 핵물질의 안정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antiballistic missile) 제한협정 폐기, 인도에 예외적인 핵개발용인 등으로 신뢰가 약화된 미국의 대외적 위상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바마 당선자는 개인적으로는 ‘넌-루가 법’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외국의 핵무기 해체를 돕기 위해 미국이 관련 비용과 기술을 제공하는 ‘넌-루가 법’의 적용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루가 의원과 함께 2005년 8월 시베리아의 페름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해체되는 작업을 직접 지켜봤고, 이후 루가 의원과 함께 핵무기확산방지법안을 제출했으며 한때 그를 국방장관 후보로 고려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태우 국방연구원 부원장은 “넌-루가 방식을 직접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핵개발 포기에 따른 경제보상 등의 반대급부를 주면서 핵감축을 강화하는 방식은 오바마 당선자의 핵 비확산 구상의 연장선상이다”고 설명했다.
◆‘핵연료 은행’ 창설, 군사적 핵이용 사전차단=오바마 당선자의 핵 문제에 대한 관심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오바마는 전 세계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핵연료 은행(Fuel Bank)’의 창설을 주장한다.
오바마 당선자는 2007년 8월 척 헤이글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 등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추진하는 ‘핵 연료은행’ 창설을 지지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이를 선거 공약에서 구체화했다.
그는 이 법안에서 세계에 약 60t의 농축우라늄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100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핵연료 은행’ 설립을 위해 미국이 5000만달러를 자발적으로 기부할 것을 명시했다.
핵연료 은행 창설을 통해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핵 개발을 추진하는 나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 오바마 당선자의 판단이다.
오바마 당선자의 구상대로 ‘핵연료 은행’을 설치하게 되면, 민군(民軍) 양용의 핵에너지 시설들을 구축하려는 각국의 시도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핵 연료은행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 원자력 이용기술이 발달해 있는 한국을 비롯, 전 세계의 모든 나라의 핵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원장은 “‘핵연료 은행’구상은 핵연료를 중앙에서 관리하면서 군사적 이용은 막고, 상업적 이용에 대해선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나라들이 핵능력과 핵시설을 갖춘다는 것은 평화적·상업적 능력과 군사적 잠재력는 갖는다는 양면적인 의미”라면서 “‘핵연료 은행’구상은 핵확산의 불씨가 되는 개별국가의 핵능력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당선자의 또 다른 구상은 러시아와의 핵무기 감축 협상이다. 그는 자신의 선거 공약에서 러시아와 함께 핵무기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오바마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작성한 ‘피닉스 이니셔티브(Phoenix Initiative)’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러시아의 협력을 전제로 미국의 핵무기를 1000개 수준으로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수전 라이스(Rice) 유엔대사 내정자가 서문을 쓰고 제임스 스타인버그(Steinberg)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와 앤-마리 슬로터(Slaughter)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내정자 등이 필자로 참여해, 앞으로 구체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김 부원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핵관련 구상은 부시 행정부의 선제 핵공격 등 ‘일방주의적 핵 공세전략’에서 러시아와의 핵감축 등을 통한 ‘협력적 국제관계로의 해결’을 강조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오바마의 核구상 성공할까?=오바마 당선자의 이 같은 핵비확산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행에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일단 북한과 이란 등 핵 보유를 원하는 상대국의 반응이 불확실하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 중동문제도 간단치 않다.
따라서 오바마 당선자는 당분가 북한과 이란 등이 더 이상 핵 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핵 물질이 테러리스트나 위험국가로 판매되지 않도록 하는 데만 외교를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원장은 “북한과 이란 등과의 핵 협상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제안을) 상대방이 수용할 것인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형적인 패권국가인 미국의 힘을 군사력(핵군사력이 핵심)이 뒷받침해왔기 때문에 ‘협력’ 등이 강조되더라도 하드파워의 단기적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러에 대한 위기 등을 고려해 핵비확산을 전폭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라면서 “부시 행정부가 어느 정도 핵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면 오바마는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정책적 차별화”라고 풀이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라면서도 “우선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에 집중하면서 이후 전세계적인 핵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급격한 진전은 기대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