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자회담 불참’ ‘핵억지력 강화’ 등의 초 강경 조치에 대해 미국이 “도발행위를 중단하라”고 맞서면서 미-북 대결 국면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외무성 성명과 관련, “북한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심각한 행보”라면서 “북한은 도발적 위협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요원을 추방한 것에 대해 “무익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과 국무부가 ‘압박을 통한 몸값 올리기’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 북한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미국은 일단 6자회담의 조기 개최에 대한 미련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13일 미공영라디오 NPR와의 인터뷰에서 “안보리의 결정으로 인해 6자회담이 상당기간 휴지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최측근인 라이스 대사의 발언은 향후 미국이 6자회담 조기 개최에 연연해하지 않고 안보리 의장성명을 실행하기 위한 국제공조에 주력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이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의장성명’에 따른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제출할 북한 자산 동결 리스트를 신속하게 작성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는 클린턴·부시 행정부의 북핵협상 경험치를 계승한 오바마 행정부가 과거처럼 북한의 ‘위협’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 내 강경여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결코 핵무기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무기를 놓고 이들과 협상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강하게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로켓발사를 강행하면서 자신이 ‘조폭성’과 ‘불량성’을 내보였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만큼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 소장은 “과거 클린턴 정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핵협상에 돌입해 결과적으로 화해정책을 실시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미 과거의 경험이 축적된 상태”라며 “북한이 갖가지 잔꾀를 부린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과거의 전철을 밟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북관계는 당분간 냉각기를 거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북한이 로켓발사를 통해 판을 키웠지만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북한에 약하게 보여선 안 되고, 양보할 수 있는 옵션도 거의 없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