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과거 대선 경선 때 강력한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사실상 차기 정부 국무장관에 내정하면서 두 사람의 대외정책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힐러리 의원이 중동, 이란 정책에서 민주당 내 강경파에 속해 있고, 경선 유세기간 내놓았던 그의 공약들로 미뤄볼 때 오바마의 외교 노선과 일부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유력언론들이 22일 보도했다.
WSJ는 “클린턴이 국무장관이 되면, 남편인 빌 클린턴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실패했던 북한 핵 프로그램과 아랍-이스라엘 갈등, 이란과의 교착상태를 풀어나가는데 전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며 “클린턴의 국제적 위상으로 미뤄 많은 외국 지도자들로부터 협조와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일단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신문은 “클린턴은 오바마의 외교정책보다는 더 오른쪽에 치우쳐 있어서,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과 국무부 간의 갈등이 또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힐러리는 이라크전에 찬성표를 던졌고,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많은 압력에도 불구하고 찬성 견해를 후회한다는 뜻을 전혀 밝히지 않았으며 지난해에는 이란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을 규정한 부시 행정부의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경선 때 이란이 이스라엘에 핵 공습을 할 경우 이란을 “초토화 시키겠다”라고 위협하는 등 민주당 내에서도 이스라엘의 입장을 가장 강력하게 옹호해온 힐러리의 내정에 대해 아랍 외교관들 사이에서 “과연 힐러리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평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냈던 미키 캔터는 뉴욕타임스에 “힐러리는 유능한 변호사였다. 그녀는 어떻게 고객을 위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이는 팀 플레이어로서 손색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힐러리가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는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오바마와 힐러리는 그러나 북한 핵 문제에는 거의 비슷한 목소리를 내왔다.
두 사람 모두 부시 행정부 말기에 추진되고 있는 대북 대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공언해 왔고, 특히 힐러리의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만들어졌던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 문제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