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정부 출범..한국경제 득실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20일 출범하면서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는데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

이미 당선인 신분으로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쏟아낸 만큼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미국 경제의 재기를 엿볼 수 있는 희망적 관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부활을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미국 경제의 회생 속도가 빠를수록 수출 부진을 털고 일어설 수 있는 기간을 앞당길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포함한 한미 통상관계는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4월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있을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한미 경협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경기 부양..우리 경제에 플러스
오바마 대통령 측은 대선 후보 및 당선자 시절에 이미 사회간접자본(SOC)과 녹색산업 등에 걸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10년간 1천500억 달러의 녹색 에너지 분야 투자를 통해 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대규모 감세와 세금 환급도 추진되고 있다. 대선공약에서 이미 중산층과 근로자층에 대한 세금 환급을 약속한 만큼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풀어 내수를 띄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5일 2천750억 달러의 감세조치를 포함해 총 8천25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제안했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미 정부의 구제금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10월 7천억 달러의 금융구제 법안 가운데 1차로 3천500억 달러를 푼 데 이어 최근 상원이 3천500억 달러의 2차분 집행을 승인한 것이다.

이처럼 실물경제 부양책이 가시화되고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경제 위기를 촉발했던 금융부문도 안정을 되찾을 경우 미 경제의 재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미 경제가 기력을 빨리 찾을수록 우리 경제에는 도움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이 11%에 달한데다 미 경제의 회생은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의 흐름을 상승세로 반전시킬 수 있어 우리의 수출 회복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 흐름도 정상을 되찾으면서 우리나라의 외화 차입이나 환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기대다.

◇ FTA 재협상론에 보호무역?..자동차.쇠고기 불안
미국 새 행정부의 대외경제정책에 따른 영향은 조금 더 두고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시각이 많지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관측도 적지 않은 편이다.

당장 한미FTA 비준이 최대 현안이다.

부시 행정부 막판의 레임덕 세션에 비준을 기대하는 시각이 없지 않았지만 이는 고사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가 “오바마 당선인은 한미FTA를 반대했고 지금도 계속 반대입장”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미국의 공식적인 재협상 ‘요구’는 아닌 것으로 해석했지만 불씨는 살아 있다. 우리측은 재협상 불가론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재협상을 요구할 것처럼 했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후보시절 움직임과 취임 이후 책임있는 자세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국내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면서 FTA 비준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과거 민주당 정권이나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두드러졌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우려하는 관측도 많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무역’을 통해 민주당 특유의 보호주의 색채가 묻어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FTA 재협상론의 근거가 된 자동차 문제는 물론이고 쇠고기와 쌀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도 우려된다. 현재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입 금지를 풀라는 압력이 강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도 자유무역주의자를 자처하고 있는데다 보호주의 성향은 가뜩이나 침체된 세계 경제를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어 과거 같은 노골적인 통상압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오바마 대통령은 보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공정한 자유 무역을 주장하는 것이어서 보호무역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자동차 산업의 경우 당장 세금으로 지원을 하는 형국이라 각국도 어떤 식으로든 자동차산업을 보호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 오리무중 북핵변수..긍정적 전환 기대
북핵 문제는 한국 경제가 떠안고 있는 장기 변수다. 때로는 리스크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북미 및 남북 관계의 진전 등 동북아 정세에 훈풍이 불어올 경우 플러스가 되기도 한다.

민주당 정권이 전통적으로 대북 협상에 적극적이었는데다 오바마 대통령도 대북 직접 대화를 강조했던 만큼 미 외교의 최대현안인 이라크 등 중동문제에서 한숨을 돌리게 될 경우 북핵 협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부시 정부 말기에 소강상태에 들어간 북핵 문제가 동력을 되찾고 급진전될 경우 우리의 국가신인도는 물론 외국인 직접투자 등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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