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通하라”

우리나라 경제계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측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탐색하느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혜성처럼 갑자기 부상한 인물인 데다 미국 정계의 전통적인 주류 네트워크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재계에서 오바마측과 직접 선이 닿는 인맥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오바마 당선자를 2002년 한국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빗대어어 ‘미국판 노무현’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최근 삼성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접촉할 네트워크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 삼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다 뒤져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답변한 적이 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 당선자나 최측근 인사와 직접 연결되는 재계 인사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 민주당을 비롯한 정계의 인사들과 오랫동안 교분을 맺어온 우리나라 재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채널을 찾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 정.재계와 폭넓은 교분을 갖고 있는 재계 인사로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이 꼽힌다.

미 일리노이대 공과대학원을 졸업한 조석래 회장은 지난 2000년부터 한미 재계회의 한국측 의장을 맡고 있어 이를 활용한 한-미 경제협력 채널을 넓히는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재계회의는 최근 신라호텔에서 21차 회의를 열어 금융위기 극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 폭넓게 협력하기로 했고, 회의 과정에서 미국측 의장이자 조 회장과 막역한 사이인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부회장이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에 큰 도움을 줬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전경련이 18일 ‘금융위기와 미국 차기 정부의 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여기에 미국 정가의 유력 컨설팅업체인 스톤브리지의 찰스 프린스 회장과 워런 루드만 공동회장,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자문 보좌관을 지낸 사무엘 버거 등을 초청하는 것도 미국 민주당계와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조 회장의 경우 공화당이나 민주당 등 특정 정파를 떠나서 매우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경련 차원에서도 서울과 워싱턴을 더욱 활발하게 연결할 채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멘로대 경영학과와 드폴대 대학원을 졸업한 한화 김승연 회장의 경우 창업주인 부친 김종희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미국 인맥을 토대로 2001년 한미교류협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는 등 의욕적인 대미 네트워킹을 벌여왔다.

한미교류협회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작고한 리처드 워커 전 주한 미 대사,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 박수길 전 유엔 대사 등이 이사진으로 참여해 구성한 민간외교단체다.

현재는 공식활동이 뜸한 상태지만 2002년과 2003년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데니스 헤스터트 미 하원의장, 짐 맥더모트 하원의원,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하원의원 등을 한국에 초청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또 김 회장은 클린전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방위산업체를 운영하는 특성 때문에 공화당 인사들과 교분이 두텁다.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부시 전 대통령과는 수시로 통화하고 별장에 초대를 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이고, 아들인 부시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경련 관계자가 전했다.

류 회장은 최근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도 절친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역할이 기대된다.

한편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주요 기업들은 개인적인 인맥보다는 현지 법인 등 공식 조직을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오바마의 미국’과 소통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 현지법인에서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자선모금, 봉사활동, 전당대회 모금행사 등을 주도하거나 참여하면서 정.재계 유력인사들과 대화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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