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오바마에 새 도전과제

북한이 기습적으로 추가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산적한 외교현안에 또 다른 도전 과제를 추가하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라크전의 순조로운 종료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전력증강을 통한 테러소탕 과제를 시작으로 관타나모 수감시설 폐쇄, 이란 핵개발 의혹,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정착 문제, 러시아와의 군축협상, 기후변화 협약이행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녹록지 않은 외교현안을 떠안고 있어 북한 문제는 그간 후순위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심지어 지난달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을 때도 오바마 정부는 평정심을 잃지 않은 채 `선의적 무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북한의 관심끌기 시도를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한국, 중국, 일본에 파견, 북한을 6자회담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도발은 오바마 행정부로 하여금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경한 태도를 취하게 할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초 유럽순방 기간 `핵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하면서, 러시아에 대해 이런 노력의 선봉에 서자며 군축협상까지 제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야심 찬 글로벌 비핵화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북한의 이런 도발적인 행동에는 강경한 태도로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엔 새 도전..향후 북.미관계는 = 미국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

국무부 내 대북정책 총괄역인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기회있을 때마다 “압박이 가장 생산적인 접근법은 아니며, 인센티브(유인책)를 결합해야 한다”고 밝혀 대화의 문을 닫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달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이번에는 추가 핵실험까지 강행함에 따라 이미 냉각기에 들어가 있는 북.미 관계는 더욱 얼어붙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북한 핵실험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뤄지고, 경제 제재 등의 강경방침이 채택된다면 북.미관계는 상당기간 불편한 관계를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 보인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그간 신중히 검토해 왔던 북한 방문계획을 일단 보류하고, 안보리의 논의향배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아 북.미간 직접적인 대화 또는 협상채널 확보도 당분간 여의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다 북한이 오는 6월 4일 현재 억류 중인 미국적 여기자 2명에 대한 재판을 한 뒤 록사나 사베리 기자의 경우처럼 석방하는 절차를 밟지 않을 경우에는 북.미관계가 더 심각하게 꼬여들 개연성이 충분하다.

북한의 이런 일련의 벼랑끝 외교가 궁극적으로는 미국과의 직접 거래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이 이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일정한 거리두기를 할 것이라는 추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서면 북한에 먼저 협상을 제의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장기교착 상태인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은 더욱 어두워졌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센터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6자회담의 비핵화라는 핵심목표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6자회담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출범 넉 달째인 오바마 행정부에는 중대한 외교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연휴기간에 허 찔린 미국 = 미국은 연휴기간에 북한의 기습적인 핵실험으로 허를 찔린 셈이 됐다.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비확산 담당 `차르’ 역할을 맡은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은 이달 들어 브루킹스연구소와 카네기재단에서 잇따라 행한 연설에서 “북한이 싸움 걸기를 원하는 것은 매우 명확하다”면서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기는 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25일)를 몇시간 앞두고 핵실험을 감행할지는 예측하지 못한 듯하다.

당장 미 국무부는 핵실험 사실이 알려지자 “현시점에서 북한의 핵실험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며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하는 등 초동단계에서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북한은 지난 2006년 7월 5일에는 미국의 독립기념일 연휴에 맞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의 신경을 건드린 적이 있다.

CNN방송과 폭스뉴스 등은 메모리얼 데이 특집물 등을 내보내던 중 연합뉴스 서울발 기사를 인용,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했다.

이들 방송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발 빠르게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전했으나, 연휴기간인 탓인지 백악관, 국무부 등을 연결해 정부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도하지는 못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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