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ㆍ매케인 “우린 ‘악의 축’ 개념에서 자유로워”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을 상징했던 ‘악의 축’이라는 단어가 곧 역사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악의 축’이란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2년 1월 29일 연두교서를 통해 “테러를 지원하는 정권이 있다”며 이란, 이라크, 북한을 일컬어 지칭한 표현. 부시 대통령은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이후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들 3국을 포함한 ‘불량국가’와는 절대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실패 이후 입장을 바꿔 ‘불량 국가’들과의 외교적 접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피터 베이나트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적성국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철학은 이미 사라졌다”며 “차기 미국 대통령에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공화당의 존 매케인 대선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이들 국가와도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문제는 오바마 혹은 매케인 정부가 이들 국가와의 접촉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갈 것인지에 관한 것.

오바마가 매케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 이견이 없지만, 미국 내 보수층의 거부감을 고려할 때 오바마라도 이들 국가와 단번에 정상급 외교를 복원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매케인 캠프는 대선기간 내내 “불량국가의 지도자와도 대화를 나누겠다”는 오바마의 외교 철학을 들어 “오바마가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독재자들과 정상회담을 하려고 한다”고 비판하면서 보수층 유권자를 자극하고 있다.

매케인 진영은 보다 조심스럽다. 매케인 캠프는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동맹국은 물론 적성 국가와도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재국가의 지도자들에게 조건없는 정상회담 추진 같은 선물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매케인 진영은 무조건적인 대화노선보다 ‘당근과 채찍’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카네기 평화재단의 토머스 캐러더스 수석연구원은 “매케인은 전통적인 의미의 현실주의자는 아니지만, 열정적인 이론가도 아니다”라며 그가 매우 신중한 접근을 펼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이나트 연구원은 오바마의 경우 대 북한, 이란 관계에서 더 진전된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매케인이 당선될 경우에는 적성 국가와의 대화 노선을 어디까지 확장할지를 두고 부처간 내부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스라엘-시리아간 평화협상, 베네수엘라와의 외교 관계 개선에 오바마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미국 내 망명자의 입장을 생각해야 하는 쿠바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바마 역시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월 미 시카고 의회가 외교문제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대다수는 미국 정부가 앞으로 쿠바, 북한, 이란, 미얀마처럼 테러지원국으로 의심받는 국가와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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