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니까 결국 만나는구나..”

“큰아들 손만 잡고 몰래 밤에 빠져나왔어요. 기독교 집안이라 모두 죽은 줄만 알았는데…”

60년의 기다림 끝에 북한에 두고 온 자식들을 만나게 된 최병옥(102) 할아버지. 이번 이산가족 제5차 화상상봉에서 남북한을 통틀어 최고령자다.

최 할아버지를 모시고 경기도 화성에 살고 있는 광순(42)씨는 20일 “할아버지께서 며칠 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화상상봉 생사확인서에 자식들이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꿈만 같다’며 기뻐했다”고 말했다.

온 집안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최 할아버지는 6.25가 터지자 북한에서 특별관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1.4 후퇴 직전 부인에게 ‘곧 오마’라는 약속을 남기고 큰 아들 지천 씨의 손을 잡고 밤을 틈타 남쪽으로 넘어왔다. 4살, 8살, 14살이던 어린 자식들은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월남한 최 씨 부자는 제주도까지 밀려 내려갔고 결국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은 60년 가까이 흐르도록 지키지 못했다.

매일 새벽 기도를 통해 가족의 무사를 빌었지만 생사를 모른 채 시간만 흘렀다.

광순씨는 “‘오래 살아야 자식들을 다 볼 텐데…’라고 입버릇처럼 되뇌던 최 할아버지가 4년전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는 ‘결국 못 만나는 구나’하고 절망도 했지만 이렇게 결국 만나실 운명이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뇌졸중에서 깨어난 최 할아버지는 몇 장 안되는 자식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서 그리움을 달랬다.

최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살아 있다는 소식에 “그래..결국 오래 사니까 만나는구나”라면서 “비록 오랫동안 못봤지만 만나보면 한 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광순씨는 전했다.

최 할아버지는 오는 29일 수원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에서 화상상봉을 통해 둘째 아들 지호(70) 씨와, 셋째.넷째 딸 정은(64), 정녀(60) 씨를 만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