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모습은 다 어디로 가고…”

“턱 아래쪽에 흉터가 있었는데 그것도 안 보이고 젊었을 적 모습이 안 남아 있어…”

제4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시작된 27일 오전 대전시 중구 대한적십자사 사무실에서 화면을 통해 딸 김영기(79)씨와 외손녀 안혜경(61)씨를 만난 김병도(99) 할머니는 생이별하기 전 딸의 젊었을 적 모습을 찾아보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으나 끝내 세월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듯 말끝을 흐렸다.

이번 화상상봉의 최고령 참가자인 김 할머니의 고향은 평안북도 삭주군 외남면.

김 할머니 가족은 1945년 아들 김영룡(78)씨가 일자리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올 때 북쪽에서 출가해 살고 있는 영기씨를 남겨두고 나머지 가족들이 떠나면서 헤어지게 됐다.

강원도 강릉에서 자리를 잡고 광산업을 하다 나이가 들면서 그만뒀다는 아들 영룡씨는 “고생은 많았지만 그 시절에 고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나”며 “고생을 했어도 살아 만나게 되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영룡씨는 화면 속의 외조카 안씨를 보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 혜경이는 기어다니는 아기였는데 글쎄 저렇게 나이가 들어버렸으니 세월이 참…”라며 말 끝을 흐렸다.

친정 가족들과 헤어진 지 60년이 지나 백발이 성성해진 영기씨는 “어머니가 이렇게 정정한 것을 보니 마음이 기쁘다”며 처음 만난 올케 염종연(70)씨를 향해 “아들보다 며느리의 역할이 더 중요하니 어머니를 잘 돌봐드리라”고 당부했다.

김 할머니도 외손녀 안씨를 향해 “네 어머니를 잘 돌봐야 한다”고 딸의 건강을 염려했으며 안씨는 “지금은 온 가족이 평양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며 외할머니를 안심시켰다.

가족들은 한시간 남짓 짧은 만남을 마치기 직전까지 몸 건강히 잘 지내라는 인사를 하면서도 연거푸 “다음에는 화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꼭 얼굴을 맞대고 만나자”고 다짐하며 쉽사리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지 못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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