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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북한 국가보위상에서 해임됐던 것으로 알려졌던 김원홍의 복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김정은식(式) 용인술에 대해 더욱 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측 불허한 김정은의 엘리트 정치를 파악하는 데 현재의 정보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북한 내부 정세에 관한 정보 당국의 판단이 빗나가는 데는 일단 휴민트(인적 정보) 부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남북관계 경색 이후엔 인적·물적 교류뿐만 아니라 정보 교류까지 막혀 버렸다는 우려가 많다. 아울러 김정은식 용인술에 대한 불충분한 진단이나 ‘해임’ ‘숙청’ 등 개념 혼동으로 인한 오보가 북한 내 엘리트 동향을 파악하는 데 지장이 된다는 비판도 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2월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된 뒤 해임됐다”고 밝혔으나, 김원홍은 지난 15일 대장 계급장을 단 채 김일성 생일 기념 열병식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일부 관계자는 “열병식 방영 화면을 통해 김원홍이 식별됐으나, 보위상 직무 복귀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한 상태다.
정부 소식통도 “김원홍이 열병식 이전에 있었던 김일성 105돌 생일 경축 보고대회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일정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직전에 있었던 주요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보면 그간 정상적으로 지냈던 것이라 보긴 어렵다. 열병식 하나만으로 원래 자리로 복권됐다고 예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이 북한 간부의 ‘숙청설’을 공식 확인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홍역을 치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정보 당국은 리영길 전(前) 총참모장이 종파분자 및 세도·비리 혐의로 처형됐다고 발표했으나, 리영길은 같은 해 5월 열린 제7차 노동당(黨) 대회 이후 발표된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 등장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 내부 정세와 관련한 정보 당국 발(發) ‘오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휴민트 확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체제 선전용으로 제작되는 북한 대내외 매체만으로 내부 정세를 파악하기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17일 데일리NK에 “김정은이 예측을 불허하는 엘리트 정치를 하고 있다 보니 그 과정을 정확히 알아내는 게 쉽지가 않다”면서 “휴민트가 잘 확보돼 있어야 하는데, 남북관계가 단절돼 있으니 내부 정보를 얻어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대북 정보 수집을 담당했던 고위 대북전문가 A씨도 “휴민트 확보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특히나 어디로 튈지 모르고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면서도 “북한 체제 진단이든, 체제 변화든 하려면 북한 내부 정세를 정확하고 신속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정보 당국이 휴민트 확대를 위해 더욱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의 용인술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북한 주요 간부의 공개석상 등장 여부를 확대 해석하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임’ ‘숙청’ ‘직무정지’ 등 개념 혼동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 원장은 “간부를 책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극단적으로 죽이기도 하지만, 정치범수용소에 보내거나 혁명화를 시킬 수도 있고, 또는 간부 본인이 건강이 나빠져 입원을 했을 수도 있지 않나”라면서 “김정은이 여러 방법으로 엘리트를 컨트롤 하고 있는데, 그저 한동안 (공개석상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숙청이라 단정 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직무정지’와 ‘해임’ ‘숙청(흔히 강제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처형됨)’은 의미와 처벌 강도에 있어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정부가 이들 개념들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섞어 쓴다면 우리 사회의 북한 정세 파악에 큰 혼란이 야기되고 국민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5일 열병식에 참석한 김원홍은 강도 높은 조사가 있었음을 시사하듯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특히 김정은이 김원홍이 서 있던 주석단 앞을 지나자, 안절부절못한 모습으로 연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