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사태를 통해 본 북한 억류행위의 비인도적 범죄성

예멘에서 무장세력에 의해 한국인 한 명을 포함한 인질 9명이 납치돼 15일 전원 살해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정부는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이를 엄중히 규탄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사망 비보가 전해진 15일 예멘 군 당국은 성명에서 “처음 발견된 시신 3구는 독일인 간호사 2명과 한국인 엄 씨의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도 다음날 살해된 엄 씨와 함께 사다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의사를 통해 그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실제로 예멘에서 올 한해만도 모두 5건의 외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테러가 아닌 인질을 이렇다 할 요구도 밝히지 않은 채 살해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예멘 당국은 원래 인질을 납치·살해한 배후로 지난 2004년부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빈번하게 외국인을 납치했던 압델 말락 알 후티(Huthi)가 이끄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 ‘후티 자이디’를 지목했지만 이들은 줄곧 범행 사실을 부인해 왔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후가 애초 예멘 정부가 지목한 북부 사다 지역의 시아파 반군이 아니라 서방권을 상대로 ‘묻지마 테러’를 자행해온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일 가능성을 유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앞서 3월15일에도 예멘의 시밤 유적지에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알 카에다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달 18일에는 사건 수습을 위해 예멘을 방문했던 한국 정부대응팀과 유족이 자폭테러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이번 납치 사건은 범인들이 예멘이나 관련국 정부에 구체적인 석방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인질들을 살해했다는 점에서 폭탄 테러보다 더 비인간적인 잔학 행위로 간주된다.

봉사자나 여행객들이 해외 위험지역에서 잇따라 희생당하는 사태를 접할 때마다 국민들은 충격과 안타까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은 해외 위험지역에서의 여행이나 활동에 경각심을 좀 더 높여야 한다. 예멘은 우리 외교부가 지난 3월부터 이 지역을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제한지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정부도 이 같은 납치·살해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지 동향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는 등 위험 감지 노력을 함으로써 재외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배후를 확실하게 추적해 응징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이번에 희생된 엄 씨는 여행이나 선교 목적이 아닌 현지에서의 봉사활동을 목표로 했다. 각종 분쟁지역에는 죽음의 공포와 낙후한 환경, 인권과 교육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지역은 자체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없고 각국 정부나 유엔의 지원이 한계에 도달한 경우도 많다.

이런 지역에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어 구호나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희생은 결코 과소평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그리고 분쟁 지역이나 위험 지역에서 인도적인 구호 활동을 펼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나 살해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가장 극악한 비인도적 행위로 간주하고 단호한 응징에 나서야 한다.

북한은 이달 8일 탈북여성을 돕고 북중 국경지대에서 취재활동을 벌인 미국 여기자들에게 12년 노동교화형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북한은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 현대아산 직원 유 모씨를 억류하고도 아직까지 생사여부도 확인시켜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접견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유 씨의 경우는 멋대로 붙잡아 가둔 채 아무런 설명도 없다. 이는 국제관례는 물론 남북이 합의한 신병 처리 방법도 깡그리 무시한 부당한 처사다. 이는 대낮에 사람을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면서 협상을 요구하는 테러집단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또한 미국 여기자들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석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국법이라며 탈북여성들을 도운 행위를 민족적대죄로 간주해 12년형이라는 장기형을 선고한 행위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

북한에 억류된 세 사람이 아직은 특정한 위해 행위를 당하지 않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제반의 설명 없이 북한에 강제 억류돼있는 미국 여기자와 유 씨 문제를 심각한 사태로 인지하고 이들의 석방을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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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