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리비아 대학살 수수방관할 것인가

반정부 시위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다시 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다. 카다피군은 서부와 동부의 주요 도시를 탈환한 데 이어 반군의 거점인 제2도시 벵가지 인근까지 진격했다.


한때 리비아 전체의 80%까지 장악했던 반군은 시민혁명의 시발지인 벵가지까지 위협 받는 위기에 몰렸다. 기세가 등등해진 카다피군은 지난 14일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사람은 전원 사살하겠다”는 전단지를 뿌리며 반군 세력들을 위협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가 결국 카다피 정부군의 승리로 끝나게 되면 반군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숙청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카다피는 재임기간 정치적 반대자는 망명지까지 쫓아가 보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위협한 대로 ‘피의 강’이 흐를 게 뻔하다. 캄보디아, 르완다, 수단 다르푸르와 같은 대학살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는 국제사회가 시기를 놓치지 말고 반정부 시위대와 협의해 신속한 군사개입을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그것이 대규모 희생을 막고 리비아에 안정과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 G8, NATO 등 국제사회는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리비아 사태에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반정부 시위대가 절박하게 요청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조차 결단하지 못하고 있다. 반군이 밀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전투기나 헬기를 이용한 공습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무능이 리비아의 민주화를 좌절시키는 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에 현실적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는 서방세력에 대한 경계심, 내전 후 주도권 문제 때문에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다. 반군이 이미 장기 게릴라전이라는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또한 국제사회도 산유국 정부와의 전쟁이 주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의 장기화는 리비아 국민의 엄청난 희생을 불러 올 것이다. 우선 정부군이 반군에게 공세를 취할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인 항공기 사용을 막을 수 있도록 서둘러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군의 기세를 꺾고 재반전의 기회를 노려 반정부군과 국제사회의 연합전선으로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    


국제사회가 이와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리비아 사태를 방치한다면 중동발 자스민 혁명은 여기서 멈추고 세계 전역의 독재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될 것이다. 자국 국민에 대한 대량 학살 협박을 통해 국제사회의 개입을 막는 시도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카다피의 석유에 취해 전 세계가 잠자고 있다’는 반 카다피 시위대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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