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려한 휴가’가 말하는 5·18 정신은…

5·18 민중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는 27년 전 광주를 조심스럽게 담고 있다. 영화는 치열했던 현장을 살아간 주인공들을 내세워 10일간의 행적을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최근 국산 영화들의 부진 속에서도 150만 가까운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 주변을 서성거리는 양복쟁이들이 눈에 거슬린다. 대다수 범여권 대선주자들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제작발표회에 참석했고, 나머지 범여권 대선후보들도 대부분 이 영화를 관람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이 영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광주 민중항쟁을 통해 자신들을 ‘민주화 운동의 계승자’로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범여권의 텃밭인 광주에서 개인적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욕심도 엿보인다.

그러나 ‘화려한 휴가’ 제작진은 범여권의 희망과 달리 정치권과 거리를 두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영화를 통해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아도 정치적 배경 의혹 눈초리 때문에 흥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정작 관객들도 영화와 특정 정치세력을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30일 오후 신촌의 한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나온 강우성(23)씨는 “광주에서 태어나고 여태 광주에서 살아서 그런지 당연히 5·18은 민주화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주인공 김상경이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처럼 실제로 그렇게(폭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들이 충격적이였다”고 말했다.

그는 “5․18기념관에서 보던 참혹한 사진에 비하면 오히려 폭력 수위는 실제보다 낮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눈시울이 잔뜩 붉어진 김현경(24) 씨는 “영화를 보는 내내 아픈 대한민국의 역사에 매우 씁쓸했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광주시민만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5․18이 아니라 모두의 5․18로써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그분들의 정신이 되새겨지고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영화는 장면 장면이 충격적이다. 애국가와 함께 군인들의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던 연기와 쓰러지는 시민들.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자 선생님인 주인공이 계엄군에 맞서 총을 들어야 했던 과정이 가슴 아프게 그려진다.

광주 출신인 기자는 어린 시절 어렴풋이 어머니로부터 “참 무서웠단다. 엄마는 그 때 중학생이었어. 하필 집이 금남로에 있었는데, 총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단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 시대에 광주의 정신이란 무엇일까?

아직 답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일부 ‘반미’와 ‘반FTA’, ‘민족공조’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광주의 정신을 독점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5·18이 광주사태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민주화 운동에서 민중항쟁으로 바뀐 오늘. 그 광주의 역사를 국정실패세력이라 불리는 정치집단이 자신들의 선거에 이용하려드는 모습에 서글프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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