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이킹 챈스’를 보고 천안함을 생각한다






▲영화 테이킹 챈스의 영상캡쳐. 맨 오른쪽이 실제 故챈스 일병의 생전 모습이다.
장거리 여행을 떠나게 되면 옷이나 책보다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영화다. 평소에 극장을 자주 찾는 편은 아니지만 기차나 비행기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서는 비싼 다운로드 비용을 게의치 않는다. 이번 설 고향가는 길에는 동료의 추천으로 케빈 베이컨 주연의 ‘테이킹 챈스’라는 미국 영화를 골랐다.


전쟁영화라면 빠뜨리지 않고 보는 편이라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해서 선택에 별 망설임이 없었다. 영화 소개에 성조기가 덮힌 운구까지 등장하자 전쟁영화가 맞구나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웬걸 영화가 시작되고 1시간 10분여의 러닝타임 동안 전투 장면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미 해병대 사령부에 근무하는 한 중령이 이라크에서 전사한 챈스 펠프스(1984∼2004) 일병의 시신을 델라웨어에서 와이오밍에 있는 가족에게까지 운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마이크 스트로블 중령이 겪은 실제 이야기라고 한다. 


해병대 인력관리를 담당하는 스트로블 중령은 이라크에서 날라오는 전사자 명단 중에 고향이 같은 펠프스 일병의 명단을 보게 된다. 그는 펠프스 일병의 관을 직접 운구하겠다고 결심하고 델라웨어에서 와이오밍까지의 여정을 떠난다.


미국 델라웨어에 도착한 스트로블 중령. 영화는 델라웨어 도버 시신 안치소 관계자들이 펠프스 일병 시신의 수습과 유품 세척, 전투복을 정복으로 갈아 입히는 과정에서 최대한의 예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펠프스 일병의 시계는 아직도 이라크 바그다드 시간에 맞춰져 있다. 


스트로블 중령은 운구하는 동안 각 공항에서 화물 하역 인부들, 승무원들, 형의 시신을 운구하는 해병대 장병, 그리고 펠프스 일병의 고향 사람들을 차례로 만난다. 미국 곳곳에서 만난 이들은 스트로블 중령과 함께 말 없이 전사자를 애도하며 경의를 표한다.


형의 시신을 운구하는 병사가 공항에서 우연히 중령을 만나 묻는다. “먼 길을 오는 동안 사람들이 저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그러자 중령은 “자네의 제복이 갖는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라고 대답한다.


유족을 만난 스트로블 중령은 “펠프스 일병의 운구는 모든 과정이 명예롭고 엄숙하게 진행됐습니다. 펠프스의 발길이 머무는 모든 곳에서 미국 국민들이 애도하고 기도를 드렸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전하고 소대장의 편지를 전한다. 


지난해 우리는 천안함 폭침으로 46인의 장병을 잃었다. 우리는 일부 사망자의 시신을 거두지도 못했다. 그들의 시신은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했고 아직도 백령도 바다 깊은 곳에서 해류에 밀려 떠다니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 그들을 두고 일부 사람들은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군의 무능력을 질타했다. 기뢰 파괴설, 암초 충돌설로 46인의 명예를 짓밟던 이들은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자 자신들의 흔적을 슬며시 감추려 하고 있다.


내일 우리는 천안함을 공격한 주범들과 마주 앉는다. 주범들은 변명을 늘어놓고 민족의 단합을 위해 과거를 잊자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이런 태도는 우리 국가와 국민, 그리고 천안함 희생자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 할 것이다. 영화 ‘테이킹 챈스’는 살아있는 우리가 천안함 영령들에게 가져야할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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