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로싱’에 나오는 모든 장면은 神과 부처의 얼굴이다

신의 사랑과 부처의 자비를 지상에 실천할 것을 맹서한 종교인들이 시청 앞에 모였다.

그러나 그들을 속세의 광장으로 불러들인 것은 신의 사랑도 부처의 자비도 아니다. 그것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완전한 허위, 진실의 전도(顚倒)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와 승려의 옷, 그리고 그들이 집전하는 의식은 이들을 성당과 사찰의 빛과 어둠으로 교직(交織)된 종교적 아우라(Aura)로 감싸고 있다. 이 종교인들은 이미 그 진실됨과 애절함이라는 상징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차라리 쇠파이프와 욕설과 한 몸이 되어버린 2008년 여름 한국의 촛불시위에 다시 종교적 광휘라는 수액(水液)을 급히 보충하러 나온 것이다. 이 긴급구조행위에 대하여,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소명, 깨달음의 가피(加被)를 받고 있다는 이들에게 어느 누가 위선과 허위를 감히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아니다. 이들에게 분명하게 “너희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가(Quo Vadis)?” 또는 “응당 머무르지 않고 생각을 낸다(應無所住而生其心)”는 금강(金剛)의 가르침으로 “너희들은 도대체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할 존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신과 부처이다.

이 종교인들이 향해야 할 곳으로 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이 종교인들이 속세적 증오와 정치적 이해에 머무르지 않고 ‘있는 사실’을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직관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바로 그 향해야 할 곳과 바라보아야 할 곳을 그들 앞에 펼치는 도리 밖에 없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필자는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이 종교인들이 그처럼 성스러운 의식, 그처럼 성스러운 백합과 그처럼 고통스러운 삼보일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는 가르침, 즉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우리 못난 자, 난동자를 법으로 다스리려는 우리 못난 자, ‘30개월’의 진실을 말하려는 우리 못난 자에게 주려는 그 엄숙한 가르침의 장소와 시간에, 신과 부처가 나타나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그것은 비록 꿈이지만 진실의 꿈이며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꿈이다.

바로 이 엄정한 시간에 시청 앞에 대형 스크린과 대형 스피커를 설치하여 영화〈크로싱〉을 상영하는 것이다. 매주 주말, 촛불유령들이 북두(北頭)로부터 전수받은 증오의 원무를 출 때마다 영화 <크로싱>을 상영하는 것이다.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선 북한 현실의 참담함을 1/10로 희석하여 “왜곡했다”는 영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인성과 인생이 붕괴된 폐허 사이로 새어나오는 희미한 탄식의 영화, 엔터테인먼트가 지상의 과제인 이 시대에 부끄럽게 벗겨진 진실을 말하는 영화 <크로싱>을 상영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장면이 신과 부처의 얼굴이며, 이 영화의 모든 대사가 신과 부처의 목소리이며, 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이 신과 부처라고 믿는다. 이 영화를 본 자,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영화 <크로싱>은 종교인들에게 하나의 큰 질문이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는가?” “너희들은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가?”라고.

인간의 본래적 어리석음을 태워 어둠에 빛을 비춘다는 원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증오와 허위로 가득 찬 ‘삿대질의 수단’으로 전락한 촛불의 시대에, 신과 부처를 호가호위(狐假虎威)하여 시민들에게 피학(被虐)의 창(槍)을 거꾸로 돌리기 위해 무릎 꿇고 있는 저 종교인들에게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 영화 <크로싱>을 펼치고 싶다. 종교인들은 본질적으로 ‘넘어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신과 부처의 소리에 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폭력이 무엇인지, 그 폭력을 피하기 위해 넘어야 할 피폐한 인간성의 사막이 무엇인지를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들 종교인들은 2008년 여름 대한민국 정부의 폭력성을 신과 부처에 맹서하며 규탄하고 있다. 그렇다면 폭력의 천적, 사랑과 자비의 화신인 이 종교인들이 영화 <크로싱>에 대해 어떤 표정, 어떤 말, 어떤 행동을 보일까? 이들은 사막의 밤에 얼어 죽는 한 탈북어린이가 꿈꾼 별들의 빛에 성호(聖號)를 긋고 합장(合掌)을 할 수 있을까?

다만 궁금할 뿐이다. 완전한 허위를 종교의 이름으로 승화시킨 이들이 과연 영화 <크로싱>의 빛을 타고 내려온 신과 부처의 소리에 어떻게 반응할지, 다만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