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NLL’로 상실된 ‘공감능력’ 회복해야

전혀 객관적이지 않으면서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독자들께서는 부디 비판적으로 읽어주시길 소망한다.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타인의 권리를 양도받거나 위임받아 모인 거대권력을 행사할 헌법적 권리를 가진 이들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여 인간 위에 인간, 권력 이상의 절대 권력을 꿈꾸는 독재자들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해답은 ‘공감능력’에 있다. 그들 스스로가 지배하고 있다고 혹은 통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개인이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공감하기 시작할 때가 정치를 업(業)으로 삼는 이들이 가장 두려움에 떠는 순간이다.


때문에 정치를 업으로 삼는 이들은 스스로가 국민과 공감하고 있음을 과시하고자 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기 마련이고 소문과 풍문,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빈약한 공감능력을 포장하고자 과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한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척, 서민적인 삶을 살아가는 척, 아이들의 교육을 걱정하는 척, 문화를 사랑하는 척…. 때론 정치인이 펼치는 술수 아래 슬픔과 기쁨을 혼동하고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지는데 바로 단적인 예가 최근 평양 아파트 붕괴 책임을 사과하는 자리에 자로 잰 듯 줄을 서 울음을 참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다. 또 하나의 정치 폭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남한에서도 ‘척’하는 자(者)들의 정치 폭력과 비극은 무시(無時)로 벌어진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한창이던 당시 발발한 제2연평해전.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했고 19명이 부상당했다. 사건 발생 당시 한국군 최고통수권자는 월드컵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축구장 안에 있었다. 당시 그의 정치적 입장은 한·일 월드컵의 열기를 국민과 함께 즐기는 대통령이었다. 국제적 이목도 집중된 마당에 심각한 발언이나 북한에 대한 경고·무력대응, 국민적인 추모 여론 조성은 자칫 치적사업에 누(累)가 되는 것들이었다. 이로 인해 잠시나마 눈물 흘리고 분노해야 했을 국민들은 월드컵을 즐기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한마디로 당시 국민들의 공감능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장병들에 대해 단 한마디 위로나 공분의 발언을 하지 않은 대통령이 국민의 공감능력을 망가뜨린 셈이다.


6월의 저주는 그렇게 시작됐다. ‘희생의 가치’를 망각한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 쉽게 선동되고 이용당한다. 함께 고민하고 슬픔을 나누기보다 분노와 동정을 나누어가지고 이리저리 이용되다 결국엔 짧은 순간 분풀이용 추억이 남게 된다. 세상살이 어디에서나 사고는 이어질 것이고, 북한의 무력도발은 예고된 시한폭탄이 아니던가. 정치인들은 반복되는 비극을 제물 삼아 주판알을 튕기는 장사꾼이다. 국민을 공감할 줄 모르는 바보들 쯤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도 6월은 어김없이 찾아왔는데, 세월호의 아픔을 잊고자 함인지 2002년 월드컵 추억팔이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분노해야 할지, 한국인은 여전히 난감한 인지부조화의 감옥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마침 제작 과정이 지지부진하던 영화 ‘연평해전NLL’이 새롭게 라인업을 갖추고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 6월 역시 월드컵의 열기에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의 희생이 망각되는 저주가 반복되더라도, 이 영화만은 묵묵히 제작되길 소망해본다. 공감능력을 상실한 한국인에게 덧씌워진 6월의 저주는 의미 있는 소수의 지속적인 헌신으로도 개선 가능하다.


영화 ‘연평해전NLL’ 제작진이 롤모델로 삼아볼 작품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 2001’다. 2차대전 적진으로 뛰어든 공수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제작 과정에 숨은 뒷이야기가 많다. 실제 참전용사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은 물론, 제작 투자자로 미국 참전협회(AMVEST)가 참여했다고 한다. 고부가가치 문화 산업도 만들고 참전용사들의 명예도 드높인 영리한 기획콘텐츠였다.


‘연평해전NLL’도 충분히 한국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불러오는 대작이 될 수 있다. 산화한 병사들의 희생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국민들이 한동안 망각했던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을 공감하는 계기를 ‘연평해전NLL’이 만들어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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