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남조선(남한) 영화 ‘아저씨’를 단 5분 시청한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학생이 징역 14년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정상적인 판결 과정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에서 초급중학생 사건이 주민들과 학생들 속에 퍼지면서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이다”면서 “제대로 된 재판도 없이 노동교화 1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북한의 형사소송절차는 수사, 예심, 기소, 재판의 4단계로 구성된다. 범죄를 적발하는 초동 단계인 ‘수사 절차’에서 10일, 우리나라의 수사 단계와 유사한 ‘예심 절차’에서 5개월, 마무리 단계인 ‘검찰 절차’에서 15일의 구속 기간을 인정한다. 2012년 형소법을 개정해 수사단계의 최장 구속 기간을 기존 4개월 25일에서 1개월 더 늘렸다.
이 기간은 우리보다 6배가량 긴 것으로, 대체로 넉넉한 수사 기간을 두고 사건에 엉킨 모든 실타래를 밝히는 데 힘을 집중해왔다. 또한 김정은 시대 들어 법치를 강조하면서 대체로 이 형식적 절차를 준수했다는 전언이다.
그런데 이 학생의 경우 지난달 7일 단속됐고, 당국은 22일에 사건을 종결했다. 14살의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15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수사와 재판의 단계를 마치고 14년이라는 징역형을 선고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남조선 영화나 녹화물, 편집 등 영상물 시청 및 유포자들을 최대 사형에 처하고 관련자도 최대 1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과 관계 깊다는 지적이다.
이를 단속하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82연합지휘부)에 당국이 “소송 활동을 질질 끌지 말고 수사, 예심, 재판 공정을 전격적으로 속전 속결한 다음 공개투쟁에서 범죄자를 단호히 처리하라”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남한 드라마나 영화와 연관이 있다면 10일도 안 돼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지구상 그 어디에도 영화 5분 봤다가 14년의 감옥살이를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당국이) 남조선 문물에 얼마나 위협감을 느끼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형사소송법은 피의자, 피고인의 강요에 의한 자백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지 않으며 수사기관의 신문에 대해 피의자, 피고인이 침묵을 지킬 권리가 없다.
특히 현실에서는 이의조차 표시할 수도 없고 강요에 의한 자백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