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한 김정일 ‘核사용’ ‘전쟁 도발’ 안할 것”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던 2010년. 외신들은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을 연일 주요 뉴스로 내보냈고, 자녀들을 한국에 유학 보낸 외국인 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져갔다. 이들은 매일 같이 전화기를 통해 “빨리 돌아오라”고 자녀들을 독촉했다.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인식은 ‘휴전국’ ‘북한’ ‘독재국가’라는 등 북한과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다. 해외여행을 가서 “나는 한국인입니다(I’m a Korean)”라고 하면 “북한에서 왔느냐(Are you from North Korea?)”고 되묻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러면서 테러집단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천안함·연평도 사태는 이러한 외국인들의 부정적 인식에 더욱 불을 지폈다.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상당수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태연하기만 하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목격한 한국 국민들 중 일부는 전쟁 공포를 호소하기도 했지만 외국 유학생들은 “한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데일리NK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 외국인 대학(원)생 1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은 “남북 분단 상황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김정일은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일까? 데일리NK 대학생 인턴기자들이 또래인 외국인 학생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연평도·천안함 사건 이후 고향의 부모님들이 많이 걱정하셨을 것 같아. 돌아오라고 하지 않으셨어? 한국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김 아르쫌(이하 아르쫌·러시아·23) : 개인적으로 걱정되지 않아. 연평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 뉴스에서 크게 보도했지만 그렇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가족들은 항상 걱정하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빨리 러시아로 들어오라고 했지만 난 괜찮다고 했어. 전쟁은 안 일어날 것 같았거든.



김 올가(이하 올가·키르기스스탄·24) : 난 한국에 오기 전부터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연평도 사건이 터졌을 때 부모님은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하셨지만 난 가지 않겠다고 했어.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피해는 이곳에 국한되지 않을거야.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도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은 핵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해. 전쟁은 일어날 수 없다고 봐.


남 막심(이하 막심·키르기스스탄·20) : 나도 한국에서 8개월 동안 살았지만 전쟁의 위험을 크게 느끼지는 못 했어.


후쌈 케탑(이하 후쌈·모로코·20) : 나도 전쟁이 두렵지 않아. 1953년 이후로 한반도에 큰 전쟁은 없었잖아. 그리고 김정일은 영악하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오히려 무서운 것은 간혹 일어나는 북한의 테러지. 북한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없는 것 자체가 무서운 것 뿐이야.



빅토르 티안(이하 빅토르·우즈베키스탄·25) : 맞아. 전쟁은 불가능하다고 봐. 도발 그 이상은 할 수 없을 거야. 부담해야 할 비용도 많기 때문이지. 그리고 북한은 전쟁 수행능력도 없다고 생각해. 한국은 이 같은 한반도의 불안한 상황을 미국·중국·러시아와 긴밀히 협조해야할 거야.


아핏 라스완트(이하 아핏·인도·24) : 나 역시 도발 가능성은 있다고 보지만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는 보지 않아.


오샨(중국·24) : 그래. 전쟁으로 이어질 만큼 심각하지는 않아.


아푸바 무커지(인도·24) : 흔히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하지. 추가적인 도발은 있을 수 있지만, 남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


-‘북한’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올라?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뭐니?


올가 : ‘강한 군대’. 군대가 힘이 센 나라라는 느낌이 먼저 들어.


표도르 : 러시아에 있을 때 본 북한 선전물이 떠올라. ‘미제 승냥이’ ‘김일성 위대한 수령’ 등 선전물에 적힌 말들을 보면 우습기도 했지만 무섭기도 했어. 북한은 사실 공산주의라고 할 수 없지만 명분상이라도 공산주의잖아. 마지막 남은 공산국가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게 됐어.



후쌈 : ‘똑똑한 김정일’이라고 해야 하나? 북한은 공산국가가 아닌 노예국가라고 생각해. 핵을 개발 하고 인권을 유린하지. 그래서 김정일 정권을 인정할 수 없어. 그런데 김정일은 이 권력을 어떻게 지키고 활용하는지 잘 알고 있어. 어떻게 보면 그는 매우 똑똑한 거지.


가리티 부시(이하 가리티·미국·21) : 다른 독재 국가들도 많지만, 북한 김정일은 독재자를 넘어서 정상적인 지도자라고 볼 수 없지. 중국도 여전히 독재성향이 남아있고 완전한 민주화가 정착됐다고 할 수 없지만 ‘미친 독재’는 아니잖아. 그래서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어.


-혹시 탈북자가 아닌 북한사람을 만나본 적 있어?


아르쫌 : 난 러시아에서 대학을 1년 동안 다니다가 한국에 왔어. 러시아 재학 시절 우리 학교에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교환 연수를 온 북한 학생 2명을 만났어. 굉장히 친하게 지냈지. 겉모습을 봤을 때 그들의 부모님은 높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 노트북·휴대폰도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더라. 그 친구들은 기숙사에 살기 싫어서 아파트를 구해 따로 살 정도였으니까.


– 인상은 어땠는데?


아르쫌 : 굉장히 착했어. 러시아 말도 완벽해서 러시아 사람인줄 알았다니까. 간첩으로까지 생각했어. 재밌는 것은 그 친구들과 여러 번 이야기 해봤는데 자기 나라의 정치가 싫다고 말한 점이야.


– 통일에 대해서는 물어봤어?



아르쫌 : 통일에 대해서는 남북이 빨리 통일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라.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국 친구들은 모두 통일이 싫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한국와서 놀랐어. 남북 사람들은 모두 통일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 북한은 너무 폐쇄된 국가이기 때문에 그곳은 어떤 곳일까라는 생각을 하고는 해. 너희들도 북한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니?


올가 : 물론이지. 북한에 한 번만이라도 가보고 싶어. 우리와 다른 세상이니까 어떤지 궁금해.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아르쫌 : 나도 가보고 싶어, 완전히 다른 세상이잖아. 러시아를 통하면 북한에 여행갈 수 있기는 한데…


– 혹시 주변에 북한을 여행한 사람 있어?


아르쫌 : 물론. 지난 겨울에 고모가 북한으로 여행을 다녀오셨어. 평양에 일주일 동안 계셨는데 가이드가 ‘좋은 곳’만 보여줬다고 했어. 고모가 다닌 곳들은 모두 깨끗하고 높은 건물도 많고 서울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셨어. 내 친구도 북한을 여행했는데, 호텔을 나가려면 가이드의 허락을 받고 가이드와 함께 나가야한대.


그 친구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친구가 묵었던 방에 휴지가 없더래. 답답한 마음에 러시아어로 혼자말로 휴지가 없다고 욕을 했나봐. 그랬더니 호텔 종업원이 5분 뒤에 휴지를 가져다 주더래. 방을 도청하고 있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