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黨)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군에 대한 노동당의 영도강화와 군 내의 정치사상 생활, 일반적 군사사업 문제를 논의한 가운데, 북한군 내부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급의 지시와 과제만 가중되는 각종 회의에 반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군 상급기관 총정치국, 총참모부, 인민무력성, 군 보위국(前 보위사령부)이 총출동, 산하 부대에 수많은 과제가 하달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지시는 고스란히 말단 부대, 병사들의 숙제가 돼서 결국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고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최근 내부 소식통을 통해 하기훈련에 돌입한 북한군 병사들이 제대로 된 ‘휴식 없이’ 작업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동영상을 입수했다. 지난 17일 한 중대 부업밭 조성 풀 뽑기 작업에 동원된 부대 6명의 군인이 오후 근무 중 휴식 시간에 작업용 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땡볕에서 작업하는 현장을 포착한 것.
보통 하기 훈련 일과표상 일반 군인들은 저녁 야간 경계근무를 위해 보통 점심 이후부터 저녁 식사 전까지 휴식을 취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상부가 수시로 내려보내는 과제 지시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부업지 조성을 위한 풀뽑기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여기서 북한군의 작업 영상 중 눈에 띄는 점은 ‘얼차려’를 주는 선임자와 그에 순응하며 날랜 동작으로 마른 풀단을 안고 뛰어다니는 사병들의 모습이다. 얼차려는 군의 기율을 바로잡으려고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일종의 처벌이다.
일반적으로 규율위반 시에는 적당한 곳에 사각형 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따라 ‘정보행진(열병식 때 행진 방식)’을 하라는 식으로 벌을 준다고 한다. 이는 작업 시에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날렵한 동작을 무한 반복시키면서 기강을 잡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영상에서도 부업지 조성 풀 뽑기에 동원된 군인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규정에 따라 마스크를 모두 착용하고 선임의 지시에 마른 풀단을 안아다 놓고 거수경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식통은 “일반 병사들은 하기훈련 때문에 주 5일간은 상학(군사강의)과 훈련, 전투근무에 시달리고 토요일엔 학습, 강연, 영화 문헌, 문답식에 바쁜 나날을 보낸다”면서 “오후 근무휴식 시간에 그나마 허리를 펴보면 좋겠지만 이때에도 밀린 작업 과제에 동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중앙에서 군 관련 회의를 하면 상부에서는 서로마다 과제와 지시를 계속 내려보내니 잠깐의 휴식도 이제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 따라 사관들도 쉬지 못하니 힘없는 하급 전사에게 반복동작식 처벌을 주는 방식으로 밸풀이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