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와병 1년> 영상으로 본 건강상태

북한 김정일(67)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8월 중순께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뒤 80일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가 그해 11월 초 공개활동을 재개했다.

이에 앞서 10월4일 북한 매체들은 그가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철도대학팀의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동영상이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10월11일엔 북한군 여성포중대를 시찰했다는 보도와 함께 사진이 공개됐으나 사진 배경의 초목 색깔 등으로 인해 촬영 시기가 7, 8월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낳았다.

북한이 11월초부터 공개한 사진들에 나타난 그의 외관은 건강이상설 이전보다 상당히 수척해졌고 후유증으로 인해 왼쪽 신체 일부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지만, 동작은 완만하게 호전되다가 현재는 정체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월 방북한 중국 왕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장을 면담함으로써 처음으로 외국 요인을 통해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고, 이달 4일에는 ‘적대국’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최근 무성해지던 더욱 악화된 건강 소문을 잠재웠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14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의 군부대 시찰 보도와 15일자 노동신문의 관련 사진 보도 이후 북한 언론매체 보도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져 와병설을 낳았고, 이는 북한 정권수립 60주년(9.9절) 열병식 불참을 계기로 북한 내외에서 급속하게 확산됐다.

북한은 10월 여성포중대 시찰 사진이 조작의혹을 낳은 뒤 한참동안 침묵하다 11월2일 북한군 축구경기 관람, 5일 제2200군부대와 제534군부대 시찰, 6일 공훈국가합창단을 비롯한 중앙예술단체의 공연 관람 사진들을 연이어 공개했다.

이들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힘없는 왼팔과 왼손, 굽이 낮은 ‘컴퍼트’ 신발 착용 등의 특징을 보여 뇌혈관계 질환의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따랐다.

이후 김 위원장은 비교적 활발한 공개 행보를 이어가 1월23일엔 방북한 중국의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을 면담, 와병설 이후 처음으로 외빈을 만났다.

북한의 조선중앙TV와 중국의 신화통신이 내보낸 사진 속 김 위원장은 수척해진 모습에 왼손이 부자연스럽고 손등과 손가락이 부은 듯 보였으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로 보이는 큰 문서를 왕자루이 부장으로부터 받을 때 오른손으로 문서를 잡고 왼팔을 약간 구부린 채 문서를 밑에서 살짝 받쳐 왼손으로 잡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두달 뒤인 3월20일 김일성종합대학 수영장을 현지지도한 사진에선 두터운 겨울 외투를 벗은 탓인지 심하게 야위어보일 만큼 홀쭉해 옷이 헐렁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가 재기한 뒤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 건 지난 4월9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 석상에 등장할 때였다. 왼쪽 다리를 가볍게 절긴 했으나 10보가량 걸었고 양팔을 들어 박수를 쳤다.

전문가들은 왼쪽 팔, 다리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우뇌쪽에 이상이 발생해 그 후유증으로 왼손과 왼발에 마비 증세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 위원장은 재기한 후엔 굽 낮은 구두나 운동화를 신는다.

5월14일 공개된 동부전선 북한군 제7보병사단 지휘부 시찰 사진에서는 앞쪽 코까지 고무 밑창이 올라가 운동화와 유사한 형태의 스니커즈를 신었고, 같은 달 24일 함북 연사지구 혁명전적지 시찰 사진에선 구두형 스니커즈를 신었다.

공장, 기업소나 농장 등을 방문할 때는 평소의 컴퍼트 구두를 신지만 길이 험한 산악지대를 방문할 때는 운동화 형태의 신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4일 공개된 대동강타일공장 현지지도 사진에선 반소매 차림과 함께 실외에서도 의자에 앉은 채 보고를 받는 장면이 나타났다.

북한은 최근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행적을 기록한 기록영화를 만들어 방영하고 있다.

중앙TV가 4월7일 오후 방영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인민경제 여러부문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주체 97.8-12)’라는 제목의 기록영화에서 그는 와병 이전 화면에선 활발하게 걷고 대화할 때 양팔을 크게 움직이던 것과 달리 걷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팔도 주로 오른팔만 사용했다.

특히 4월9일 방영된 올해 1월 현지지도 기록영화는 그가 1월5일 원산청년발전소를 현지지도할 때 3보가량 걷는 장면을 정면에서 잡았는데 왼쪽 다리를 곧게 편 채 옮겨 걸어 다소 부자연스런 모습이었다.

지난달 8일 열린 김일성 주석 15주기 중앙추모대회 녹화 방송에서 김 위원장은 얼굴이 몹시 초췌해보이고, 왼발을 다소 절었으며, 고개를 숙여 묵념하거나 앉아서 자료를 읽을 때 찍힌 머리 윗부분의 머리숱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고, 다문 입 오른쪽 꼬리가 올라간 모양이 비쳐졌다.

그러나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 교섭을 위해 지난 4일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난 김 위원장은 사진상 외관이 지난 1년간에 비해 어느 때보다 좋아 보였다.

여전히 과거보다 수척하거나 머리숱이 줄어든 모습이었지만 미소 짓는 표정이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모습,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 등을 통해 통치에는 무리가 없다는 인상을 줬다.

한편 작년 8월14일 군부대 시찰이 보도된 이후 지난 9일 현재까지 1년간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그의 지난 1년간 공개활동은 총 110회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엔 공개활동 보도가 한 차례도 없었고, 그해 10월 2회, 11월 8회, 12월 13회였으며, 올해엔 1월과 4월에 각 13회, 2월 16회, 3월 14회, 5월 10회, 6월 11회, 7월 8회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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