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비핵화 중재안은 북미 어느 한쪽도 지지하지 않는 구상이고, 결국 비핵화에 대한 남북미의 ‘동상이몽’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6일 연합뉴스와 AFP, 교도통신, 로이터, 타스, 신화통신 등 세계 6개 뉴스통신사 합동 서면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또 “영변은 북한 핵시설의 근간”이라고 언급하며 완전한 폐기 방법으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의 검증”을 제시했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완전한 폐기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접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2월 28일)에서 영변 외에 추가적인 핵시설을 폐기해야 북한이 원하는 상응 조치를 이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미국과 시각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27일 “영변 핵 폐기가 곧 완전한 비핵화라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영변 핵 폐기는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해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드는 입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의 특별한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영변 핵 폐기가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입구라는 이 같은 설명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또한 북측도 이날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을 내세워 “남조선(한국) 정부의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 “참견할 문제가 아니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데일리NK에 “미국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면 이렇게 청와대가 해명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북측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박한 것을 볼 때 북측과도 아무런 대화 창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미 정상이 함께 가는 비핵화 여정’이 우리 정부만의 희망 섞인 구상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북미협상 재개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및 북한의 의사 확인을 포함해서 상당한 숙고 끝에 나온 이야기인지 혹은 추측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