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 `폐쇄’로 가닥

북핵 6자회담의 쟁점 중 하나로 주목 받았던 5MW 원자로 등 영변 핵시설의 처리 문제에 대해 참가국들이 `폐쇄(shut down)’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0일 오전 쟁점이 되고 있는 합의문서 초안 상의 문구가 영변 핵시설의 미래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은 현재 `쟁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더 나아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폐쇄’란 표현에 공감대를 형성했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폐쇄’란 표현을 쓰기로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북측의 구체적 입장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북한도 조건만 맞으면 `폐쇄’라는 용어를 수용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폐쇄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게 회담장 주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북측은 자기들이 비핵화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데 대한 확실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이 9.19 공동성명 이행의 초기단계 조치로서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데 대해 별다른 이견을 보이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사용해온 `동결’과 이번에 새로 등장한 `폐쇄’라는 용어는 플루토늄 생산과 핵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폐연료봉 재처리 등을 중지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동결의 경우 북한 입장에서 2002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HEU) 파문때 그랬듯 언제든 스위치만 다시 꽂으면 재가동시킬 수 있는 반면 폐쇄는 재가동이 어려운 상태로 만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북한에 존재하는 핵무기 및 핵물질 생산시설 모두를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6자회담의 성격을 감안, 1994년 제네바합의 상의 초기 조치인 `동결’에서 한 걸음 나아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관련국들이 일단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결국 제네바 합의 수준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미국의 입장에 각국이 호응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담 당국자들은 폐쇄 조치가 실행되기 해서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상응조치에 최종 합의해야 하는 만큼 협상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초기 조치와 상응 조치의 `등가성’과 `동시이행’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동결에서 한걸음 진전된 조치를 취하려면 연간 중유 50만t으로 규정됐던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의 보상 기준에 비춰 비슷하거나 그 것을 넘어서는 수준의 요구를 제기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문제를 둘러싸고 각국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상응조치의 수위에 합의를 볼 수 있을 지는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일본 산케이 신문이 이날 `중국이 북한의 초기단계 조치에 대한 대가로 나머지 5개국은 중유 5만t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안을 타진 중이며 이에 대해 일본, 미국, 러시아 등이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자국민 납치 문제 해결의 진전을 대북 지원 문제와 연결짓고 있는 일본과 북한의 채무 미상환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 등으로 5개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의 에너지.경제지원에 합의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예상이다.

우리 측 회담 당국자는 “북한과 나머지 5개국간에 합의할 것이 핵심이지만 북한과 합의가 된다 해도 5개국 사이에 합의할 문제가 남는다”면서 “쟁점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나라라도 상응조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협의는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베이징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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