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원자로 중단, 어떻게 될까?

▲ 금년 1월과 4월의 영변 원자로 위성 사진 <사진: ISIS>

북한이 영변 5㎿급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는 보도는 이제 사실로 확인됐다. 이제 그 배경이 무엇인가 하는 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폐연료봉 재처리 과정 : 3개월 정도 걸려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폐(廢)연료봉, 즉 쓰고 난 연료봉을 ‘꺼낼 수 있다’는 뜻이다. 원자로는 핵연료봉으로 가동한다. 모닥불을 지필 때 쓰는 장작과도 같다. 장작을 태우면 숯이 남듯, 핵연료봉을 태우면 폐연료봉이 남는다. 여기에 ‘사용후연료(Spent Fuel)’가 들어있는데, 이것을 재처리하면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해 낼 수 있다.

재처리의 과정은 대강 이렇다. 일단 폐연료봉을 냉각시키면서 방사능을 감소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3개월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나서 폐연료봉을 3~4센티미터 간격으로 잘게 토막낸다. 연료봉은 피복관으로 덮여있기 때문에 그것을 벗겨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토막 낸 폐연료봉을 질산염에 용해시킨다. 질산염에 담가두면 사용후연료는 용해되나 피복관은 용해되지 않아 따로 걷어낼 수 있다.

그 다음 질산염 속에 녹아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성분을 분리한다. 분리 과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성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우라늄은 핵연료로 재활용되고 플루토늄은 핵무기 원료나 혼합핵 연료로 사용된다.

북한의 핵시설이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한 시설이라는 의심을 받는 것은 바로 이런 재처리 시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재처리를 해 우라늄을 재활용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는데, 북한처럼 우라늄 매장량이 풍부한 나라가 복잡하면서 방사능 유출의 우려도 높은 재처리 과정을 통해 핵연료를 재활용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게다가 만성적인 경제난에 봉착한 상황에서 이 같은 불필요한 ‘고비용’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

◊ 북한 핵의 성격 : ‘협상용’ 아니다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는 것은 그 안에 들어있는 폐(廢)연료봉을 ‘꺼낼 수 있다’는 뜻일 뿐, 그 자체가 폐연료봉 인출작업은 아니다. 폐연료봉을 인출했다고 하여 반드시 재처리를 하는 것 또한 아니다. 원자로의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핵연료봉은 2~3년을 주기로 교체해주어야 한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다음날인 2003년 1월 10일부터 영변의 5㎿급 원자로를 가동하기 시작했으니 교체시기가 되기는 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북한 영변 원자로의 가동 중단이 곧바로 재처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6자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위협용일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것 같다고 말하는 정부 관계자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잘 돌아가던 원자로를 그냥 할일 없이 멈춰 세웠을 리 없다. 또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그 안에 뭐가 들어있나 하고 구경만 하고 있을 리 없으며, 끄집어 낸 폐연료봉을 조용히 땅에 묻어둘 리도 만무하다. 가로 120미터, 세로 80미터, 높이는 6층이나 되는 거대한 재처리 시설은 실내축구장으로 쓰려고 만들어놓은 시설이 아닐 터이다.

북한 정권의 대미(對美) 연락병 역할을 하고 있는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연구소(CIP) 연구원은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북한이 이달부터 영변 원자로 연료봉 제거 작업을 시작, 3개월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그는 북한이 핵무기고를 늘릴 것이라는 둥, 수출할 수도 있다는 둥, 미사일에 장착하여 발사할 능력도 있다는 둥 북한 고위관료들의 ‘협박용 멘트’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이런 협박성 주장은 단순한 ‘겁주기’가 아니다. 북한의 핵은 협상용 매개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핵무기 보유 자체를 목표로 하였다. 그 목표를 이미 달성한 북한은 이제 ‘막 나가는’ 전술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핵무기 보유가 대단한 국력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착각하고 있는 김정일의 무지와 광기가 낳은 비극적 결과이다.

◊ 북한 핵 대응방안 : 원칙적으로는 ‘무대응이 상책’

김정일은 그 핵무기를 절대 사용할 수 없다. 고작 몇 십 기의 핵무기를 가졌다고 군사강국이 되는 것이 아니며, 북한에 핵이 있다고 해서 주변국들이 김정일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핵클럽의 정식멤버로 받아주거나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묵인해줄 가능성도 ‘제로(0)’다.

따라서 “김정일의 공갈책동에 대해 무관심과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김정일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것”이라는 <북한민주화동맹> 황장엽 위원장의 지적이 원론적으로 옳지만, 북한의 핵문제는 국제적인 핵 비확산 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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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개발의 목표가 분명히 ‘핵무기 보유’에 있는데, 아직도 남한 사회의 일각에는 북한의 핵을 ‘협상용’이라거나 충분한 보상을 하면 포기할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은 지난 30여 년 동안 김정일의 ‘숙원사업’으로 추진돼 왔는데 그것이 무슨 협상용이며, ‘꿈’을 이룬 김정일이 이제 와서 쉽게 포기할 이유는 더욱 없어 보인다.

핵을 앞세워 이런저런 협상을 벌이겠지만, 김정일은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를 지불해 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대가를 준다 하더라도 그 동안 엄청난 비용를 감수하면서 핵을 개발해온 김정일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맞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선군정치’라는 통치논리를 떠받치고 있는 핵무기가 없다면 김정일의 ‘내부장악력’은 급격히 와해될 공산도 크다. 결국 김정일과 핵무기는 운명을 같이하게 되어 있다.

해리슨 연구원은 “(북한 고위관료들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수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미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북한이 ‘여기서 눈감아주면 더 이상은 만들지 않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북한의 핵은 포기를 전제로 한 협상용이 아니며 핵무기 보유가 궁극적 목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다.

◊ 북한 핵의 미래 : 김정일, 핵과 함께 멸망할 것

19일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영변 5㎿급 원자로가 가동을 중단했음을 시사하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1월 7일 영변 원자로를 촬영한 사진에는 냉각탑에서 연기가 나왔으나 3개월 뒤인 4월 7일 촬영한 사진에는 연기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공개한 위성사진 자세히 보기

이렇게 원자로는 멈췄다. 대략 3개월 정도의 냉각과정을 거치면 재처리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론상 10~20㎏의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하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 이전에도 수 ㎏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IAEA에 제출한 보고서에 “단 한 차례 재처리로 90g의 플루토늄만 추출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국제사회를 우습게 알고 농락하는 행위였다. IAEA는 영변 원자로에서 샘플을 채취해 세계 각국의 연구소에 의뢰하여 ‘최소한 3차례에 걸쳐 약 8㎏의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2003년에 2차 핵 위기가 시작되자 북한은 1994년 이후 봉인되어 있던 8,000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했는데 여기서는 10~30㎏의 플루토늄이 추출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올 7월경에 또 한 차례 재처리를 하면 북한은 종합적으로 20~60㎏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갖게 된다.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에 들어간 플루토늄이 8㎏ 정도였으니, 대략 2~7기의 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이다.

북한은 그 동안 고농축우라늄(HEU)을 통한 핵개발을 비밀리에 집요하게 추진해왔으나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토록 플루토늄 핵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앞으로 연례행사처럼 원자로를 멈춰 세울 것이다. 지금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최대 10여 개에서 최소 1~2개에 불과할 수도 있다.

북한은 연일 “핵무기를 늘리고 있다”고 떠들고 있다. 혹시나 올 7월쯤에는 북쪽에서 ‘만세삼창’ 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김정일에게 ‘장미빛 미래’를 가져다 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안보리에 회부돼 국제사회의 제재절차가 시작되면 우방이었던 중국마저 싸늘한 시선으로 등을 돌릴 것이다.

지금 김정일은 쓸데없는 고철덩어리와 플루토늄 분말을 껴안고 파국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DailyNK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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