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망명시켜줄께” 탈북여성 정착금 노린 파렴치범

난민지위를 받게 해주겠다고 탈북한 여성을 영국으로 꾀어 한국정부의 정착 지원금을 빼앗고 달아난 비정한 탈북자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3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탈북여성 강모(38)씨는 지난 달 밤중에 초췌한 모습으로 수사과를 찾아와 “나는 다 죽은 목숨”이라면서 사연 좀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강남 지역에서 고물상 업자로 일하는 탈북자 송모(39)씨가 자신과 딸을 영국에 버리고 돈만 빼앗아 달아났으니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요구였다.

고소장에 따르면 강씨는 2005년 여름 비슷한 시기에 남한으로 들어온 송씨를 같은해 8월부터 12월까지 탈북 이주민 정착 지원 시설인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됐다.

강씨는 2000년 초에 당시 젖먹이였던 딸과 함께 중국으로 탈북해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4천만원을 벌어 브로커에게 800만원을 주고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남한으로 건너왔다.

송씨는 강씨가 브로커에게 주고 남은 돈 3천200만원과 정부에서 정착 지원금으로 받은 2천100만원 등 5천300만원의 거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가로채기로 마음먹었다.

송씨는 “나는 북한에서 살인을 하고도 살아남은 남자다. 강인한 내가 너희 모녀를 책임지겠다”며 강씨의 호감을 샀고 둘의 관계는 동거관계로까지 발전했다.

그런 가운데 남한에 배우자와 아들 둘이 있던 송씨는 올해 초 ‘영국으로 건너가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함께 살자’고 강씨에게 제안했다.

송씨와 강씨, 강씨의 딸은 지난 2월 20일 홍콩으로 건너가 탈북자의 영국 난민지위 획득을 주선하는 브로커를 만나 영국으로 건너가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 여권과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모두 숨겼다.

딸의 복대에는 송씨의 전 재산인 3만 파운드(5천여만원)가 숨겨져 있었다.

영국에 도착한 송씨는 강씨와 함께 6개월 동안 영국의 난민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숨겨뒀던 강씨의 3만 파운드와 한국여권, 주민등록증을 훔쳐 지난 달 19일 몰래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국에 버려진 강씨는 가까스로 한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지난 달 25일 저녁 귀국했고 곧장 경찰서로 달려와 하소연을 했다.

경찰은 체포한 송씨로부터 파운드화와 강씨의 신분증, 은행통장 등 혐의사실을 뒷받침하는 다수 물증을 확보함에 따라 영리 등을 위한 약취유인, 절도, 유기,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송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탈북자들 사이에서 한국에 온 뒤 국적취득 사실을 숨기고 영국이나 미국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주택과 정착금을 받는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각별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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