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시험운행 취소 배경과 전망

북측이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앞둔 24일 운행계획을 전격 취소함에 따라 시험운행이 무산된 것은 물론이고 향후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까지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북측이 이날 우리측에 보내 온 전통문을 통해 시험운행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일단 그동안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이 달 16∼18일 열린 제4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는 군 당국간 실무접촉에서 다룰 문제라는 입장을 보일 때만 해도 시험운행에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북측은 22일 실무접촉을 갖자는 우리측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23일에는 탑승자 명단을 교환하자는 우리측 제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북측은 이 과정에서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를 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에 연계한 셈이다.

이는 장성급회담에서 북측이 해상경계선 재설정 문제를 들고 나온 데 대해 우리측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해상경계선 문제 논의’를 포함한 군사 분야 8개 합의 사안을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논의하자고 맞서면서 진전이 없었다.

우리측은 군사보장 합의서 체결이 어렵게 되자 23일 탑승자 명단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군사보장을 갈음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북측은 이 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이는 북측 군부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남북이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시험운행을 위한 분 단위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이 무산된 점은 내각이나 대남 파트의 시험운행 강행 움직임에 북측 군부가 급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북측 군부의 목소리가 남북관계를 뒤흔든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이번 파장은 시험운행 무산에 그치지 않고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6자회담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은 이달 말로 예정된 제1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6월 하순 방북마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시험운행이 무산됨에 따라 DJ의 경우 열망했던 열차 방북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아울러 평양을 방문하는 일정 자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시험운행 취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측 여론의 급반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5월 차관급회담을 시작으로 복원돼 본궤도에 진입한 남북관계를 통해 한반도 안보상황의 진전과 경협의 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 찬 물을 끼얹은 결과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행사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에서 북측의 전격 취소 조치는 대북경협과 교류 협력에 무게를 두는 우리측 대북 여론을 급격하게 냉각시킬 전망이다.

아울러 북측의 이번 조치가 군부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됨에 따라 북측이 금융제재 문제로 경색된 6자회담 국면 등 정세를 감안해 밖으로 향하는 대문을 걸어잠그는 조치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작년 11월 이후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에 악영향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이고 북미 간 긴장관계 고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경색됐던 6자회담 상황을 뚫는 역할을 톡톡히 했던 남북 채널마저 함께 막힐 경우 2004년 6월 이후 남북대화와 6자회담이 동시에 중단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는 보고 있다.

반면 이런 비관적인 관측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시험운행 중단이 몰고 올 파장이 적지 않지만 앞으로 DJ 방북이 성사될 경우 오히려 상황을 급반전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남북관계 국면을 점칠 수 있는 시험대는 29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인 DJ 방북을 위한 2차 실무접촉과 이 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에 대북 경공업및 쌀 차관 지원문제 등을 논의할 경협위 12차 회의가 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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