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 “일부 반(反) 평화세력, 반 화해협력 세력이 북한인권을 주장해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정치적 음모를 가지고 북한인권을 주장하는 세력으로 미국의 네오콘 그룹과 한나라당 내 수구 보수 정치인, 국내 반북세력을 지칭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세력들의 북한 인권 주장은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는 데 열린우리당 내 많은 의원들이 동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 부쩍 열린당 내에서 인권문제를 포함해 북한을 접근하는 태도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정일 정권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집단은 통일세력으로, 북한의 핵개발과 범죄행위, 인권문제를 들어 김정일 정권을 비판하는 집단에게는 반 통일세력이라는 허물을 덫 씌우고 있다. 정동영 장관은 이러한 갈등을 ‘냉전의 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인권문제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북한의 위폐•마약•무기 거래를 통한 김정일 비자금 조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와 여당의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가자 열린당은 잔뜩 열이 올라있는 분위기다. 전병헌 대변인은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려서 교류협력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분위기가 여당 의원 대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열린당 내 중진의원들이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 발끈하고 나서면서 표면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온 대북정책의 성과를 깡그리 무시하는 행위를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 내를 들여다 보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북한 김정일 정권과의 공조를 통해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가져오려는데 이에 저항하는 세력 때문에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잘돼 가는데 왜 ‘인권문제’로 찬물을 끼얹으려고 하느냐는 강한 불만이 담겨있는 것이다.
김원웅 의원은 “북한을 범죄정권으로 규정한 버시바우 미국 대사의 본국 소환을 검토하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의원도 당 내에 네 명이 있다고 했다. 동맹국의 대사가 북한의 범죄행위를 문제 삼았다고 본국에 송환시키겠다는 의원이 여당에 다섯 명이 있다는 말이다.
내년 초가 되면 정동영 장관이 당으로 복귀한다. 그는 당내 유력 대선주자이면서 ‘냉전구도 해체’를 앞세우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김정일 정권을 지지하고 격려해야 인권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남한 내 냉전구도가 살아있는 것이 분단구조의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도 북한 내부의 문제점은 원인으로 지적하지 않았다.
그가 돌아오면 열린당의 친(親) 김정일 북풍(北風)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정권과의 협력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은 정부와 여당에 의해 ‘반 평화세력’, ‘반 통일세력’으로 낙인 찍히는 기괴한 현상을 목격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