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 엑소더스 결과가 겨우 ‘당세탁’인가?

열린우리당 탈당·잔류세력 대부분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참여할 예정이다. 혼란스럽기까지 했던 범여권의 이합집산의 결과는 ‘도로 열린우리당’이었다.

당명을 바꾸고 민주당과 시민단체 인사들도 일부 끌어들였으니 대통합이라는 포장도 씌울 수 있게 됐다. 열린당 의원들은 무엇보다 ‘국정실패 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됐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3지대 대통합’을 과제로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가 24일 발족했다. 신당은 다음달 5일 창당할 예정이다.

이미 신당에 현역의원 64명이 합류를 선언해 128명의 한나라당에 이어 단숨에 원내 제2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여기에 김한길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를 비롯한 20명의 의원이 창준위에 참여하고 있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제 3당으로 밀려난 열린당(58명)도 신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다. 늦어도 8월 중순까지는 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정세균 의장은 25일 “8월 5일 합당과 창당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향도 추진하고 있으며, 적어도 8월 15일 내에는 우리당이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눈에 보이는 현역 의원만 142명의 초대형 신당이 다음달 출범하게 됐다. 범여권이 ‘울며 겨자 먹기’로 양보한 원내 제 1당의 지위도 탈환하게 된다.

신당 참여 의원 면면을 확인하면 민주당 출신 의원 4명과 신당 합류를 선언한 김홍업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과거 열린당 소속 의원들이다. 여기에 일부 좌파성향의 시민단체와 민주당 조직이 합류했다.

김한길 의원 등 23명(2월 6일), 임종석 의원 등 16명(6월 8일), 문희상 의원 등 16명(6월 15일), 송영길 의원 등 15명(7월 23일), 24일 박병석 의원. 이들은 모두 열린당을 탈당해 신당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아직까지 김한길 의원 등 중도통합민주당 소속 의원 20명이 통합민주당의 신당 참여를 목적으로 당적을 유지한 채 신당에 합류하고 있지만, 이것은 ‘탈당 전문가’ ‘정치 철새’라는 비난을 모면하고 민주당 사수파를 끌어들이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다.

해체직전이었던 열린당은 탈당세력과 잔류세력이 ‘신당’ 창당을 매개로 재결합하면서 지지세력의 이탈도 최소화시키고 ‘반 한나라당 전선’이라는 정치효과까지 노리게 됐다.

하지만, 신당 앞에 ‘대통합’ ‘반한나라’ 같은 수식어를 아무리 많이 붙여도 열린우리당의 아류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국정실패의 책임으로 ‘대선필패’의 결과가 예상되자 교묘히 당세탁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은 지역기반이 튼튼한 민주당을 흔들어 일부세력을 흡수하고, 시민사회세력과 결합해 기득권 이미지를 일신하고, ‘손학규’라는 공격수를 영입해 지지율 만회에 나선 꼴이 됐다. .

호빵은 속에 들어있는 ‘앙꼬’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신당 참여세력의 면면 역시 ‘옷을 갈아입고 화장만 고친’ 열린당 세력이 틀림없다. 앞으로 신당 명패 앞에는 ‘도로 열린당’이라는 로고가 계속 따라 붙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정치사 중에 유례가 없는 릴레이 ‘당(黨)세탁’ 시도에 국민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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