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 기획탈당인가, 당 해체 외길인가?

▲ 김한길 전 원내대표가 신당을 주도하고 있다.ⓒ연합

열린우리당 실용노선 의원 30여 명의 집단 탈당이 임박했다. 시기는 2∙14 전당대회 이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중앙위 회의를 통해 기간당원제 폐지 당헌개정안과 2∙14 전당대회 의제 등이 의결됐으나, 사실상 열린당 중심의 리모델링 성격인 전대를 치러봤자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전당대회 무용론’까지 다시 대두되면서 탈당이 가시화 되고 있는 것.

이러한 열린당의 연쇄탈당 움직임이 ‘대통합을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과 ‘열린당 해체와 분열’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해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31일 탈당을 둘러싼 신당파와 열린당 지도부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탈당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의원들은 “원내교섭 단체인 20명 이상만 확정되면 당장 다음주에도 결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당파의 한 핵심의원은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나가면 1-2명이 아니라 집단으로 같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중진의원도 “지금 전대를 하게 되면 ‘도로 열린당’으로 가는 것이고 노 대통령이 배후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 대선과 총선을 이길 수 있겠느냐”며 “정치는 당당하고 심플하게 가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교섭단체를 만들어서 새 집을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열린당 지도부는 신당파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만류하고 나섰다.

김근태 의장은 31일 비상대책위회의에서 “중앙위에서 우리는 민주적인 대화와 타협의 절차를 거쳐 대통합신당 추진을 결의했다”며 “(통합신당 참여에 대해)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발언은 부적절하다. 지금 열린당에 함께 하는 세력조차 함께 할 수 없는 통합신당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도 “더 이상의 탈당은 없어야 하고 탈당한 사람들도 중앙위 결과를 봤으니 돌아오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수파인 김태년 의원은 “탈당은 명분 없는 짓”이라며 “기를 쓰고 전대 의제를 합의하고 중앙위에서 대승적으로 양보도 했는데 이런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신당파와 지도부, 사수파 간의 감정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헤쳐 모이기 식 기획탈당’이라는 야권의 주장은 여권 입장에서는 배부른 참견처럼 보일 수 있다.

친 노무현 성향을 보이고 있는 사수파에 대해 김한길, 강봉균 의원으로 대표되는 실용∙보수 경향을 보이는 신당파는 줄곧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당 간판을 바꾸는 것으로 머물지 않고 당 정책의 변화를 두고 대결 양상을 보여 사실상 갈라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한나라당은 탈당 세력이 원내 교섭단체를 꾸리면 한나라당의 국고보조금이 대폭 삭감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합집산을 하든 갈라서든 그 쪽 사정이지만, 돈줄이 막히는 것은 곤란하다는 표정이다.

대선이 있는 2007년 한 해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규모는 569억 5천만 원이다. 이 가운데 절반을 의원 20명 이상의 원내교섭단체에게 똑같이 배분한다. 따라서 새로운 교섭단체가 생기면 한나라당에 돌아갈 보조금이 그만큼 줄어든다.

또 만약 대선 직전에 후보를 단일화해 다시 대통합을 한다면 보조금 대부분이 열린당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은 “한 마디로 국민의 표를 도둑질하는 행위이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서 국고 보조금을 사기질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