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남.북.러 협력 상징으로 부상

한국의 자본과 기술, 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토지, 그리고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 이른바 `남.북.러시아 협력 프로그램’이 연해주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러시아 극동지역의 일부에 포함되는 연해주의 중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북아시아 한-러 경제협력: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한국의 동아시아협의회와 러시아극동국립대학 주최로 지난 2일 열렸다.

한국측에서 문정인 외교안보대사(연세대교수)를 비롯한 학계 전문가와 원희룡, 이화영, 이광재, 김태년, 김형주 의원 등 비교적 젊은 의원들, 임수진 한국농촌공사 사장, 최한영 현대자동차 사장 등 업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서도 저명한 학자인 노다리 시모니아 에너지연구센터 소장과 블라디미르 쿠릴로프 러시아 국동국립대 총장, 빅토르 고르차코프 연해주 의회의장과 이고리 푸쉬카료프 연방의회 상원의원, 블라디미르 사브츄크 자연독점기업문제연구소 철도인프라국 국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극동 러시아는 21세기 세계경제의 중심축이라고 불리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동북아시아의 중간에 위치해있다. 특히 각종 자원의 보고로 각광받는다.

러시아 극동에 확인된 석유매장량은 3억3천억t이며, 천연가스는 세계 최대의 매장량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 러시아 연방 수자원의 82.5%, 세계 다이아몬드의 약 26.0%, 러시아 어획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140여년전 한인의 최초 이주지역이라는 정서적 유대감이 한국인에게는 다가온다. 현재도 러시아내 전체 고려인 15만여명의 3분의 2에 달하는 9만여명의 고려인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연해주지역은 한반도-중국-일본과 사할린, 사하공화국 등 에너지와 자원이 풍부한 지역과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어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면적이 남한의 1.7배인 16만6천㎡에 달하며 인구는 220만명 수준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연해주를 거점으로 하는 한러 경제협력의 가능한 모든 분야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최근 경의선과 동해선의 시험운행으로 각광받은 한반도종단철도(TKR)와 러시아횡단철도(TSR)의 연결문제는 물론이고 시베리아 송유관 프로젝트, 통합가스공급시스템(UGSS) 문제, 농업협력문제, 자동차 진출문제 등 각종 현안이 토론주제로 다뤄졌다.

세미나를 관통하는 주제는 역시 남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물론 동북아의 공동번영을 추구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우리로서는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고 동북아 지역의 협력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남북한간의 대화와 교류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연해주를 활용하는 전략의 필요성이 화두로 던져졌다.

우선 남북한과 러시아 물류 통로 구축을 상징하는 TSR과 TKR의 연결문제에 많은 시간과 관심이 쏠렸다.

러시아와 한반도 철도 연결 사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고 관심사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인지 러시아측이 적극적인 관심으로 보이기도 했다.

철도문제 뿐 아니라 시베리아의 풍부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협력문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 가운데 시베리아 송유관 사업은 러시아 동시베리아 송유관의 최종 기점이 한반도와 최단거리인 연해주 하산지역으로 확정(2004.12.31)됨에 따라 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송유관 프로젝트가 대규모 투자사업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4천188㎞에 달하는 노선에 건설 비용만 113억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기업들이 사업초기에 진출할 경우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현지에 진출한 국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송유관 사업은 중국이 자국내 석유생산량 감소와 급격한 석유수요 증대를 극복하기 위해 시베리아 송유관 건설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고 일본도 중동의 불확실성과 중국 남부 해역 석유운송노선에서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견제하기 위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3년 러시아를 방문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시베리아 송유관 건설 등에 70억달러의 차관을 지원할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러시아 중앙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통합가스공급시스템(UGSS)사업도 대형 프로젝트다.

서부노선(코빅타, 야쿠츠크 가스를 단일노선으로 한국과 중국에 공급)과 중부노선(사할린 가스를 한국, 야쿠츠크 가스를 중국, 코빅타 가스를 유럽에 공급), 동부노선(사할린 가스를 한.중에 동시공급, 코빅타 가스는 유럽에 공급) 등이 검토되고 있다.

시베리아 통합가스가 한반도, 특히 남한에 연결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북한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남북한과 러시아가 합의를 이룰 경우 철도와 전력 프로젝트와 함께 빅카드가 될 수 있다.

극동지역 전력의 북한 공급사업도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측으로서는 극동의 전력공급 과잉문제의 대안을 한반도(북한)에서 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 국경이 가까운 나선(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 송전선 루트와 가까운 철도라인, 북한 청진지역 소비자 등이 극동지역 전력이 북한으로 수출될 경우 유력한 소비자군에 해당된다.

한국과 러시아간 농업부문 협력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농촌공사 임수진 사장은 “한국인들의 근면함과 농업기술 및 경영기법을 활용해 약 250만ha에 달하는 풍부한 토지자원과 양호한 농업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연해주에서 농업분야 협력을 하게 되면 양국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공사는 17년간 추진돼온 한국과 연해주간 농업협력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연해주의 기후와 토질에 적합한 농업 개발 미흡 ▲러시아 법령과 제도에 대한 이해부족 ▲생산물 판매와 유통 애로 ▲노동력 수급 곤란 ▲농기계 및 농자재 확보 곤란 ▲수리시설과 같은 농업기반시설 투자 부족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연해주에서 양국 농업협력이 강화되기 위해 정부간 협의의 확대 외에도 민간 농업투자 촉진을 위한 현지 농업투자지원센터 설치, 농산물 저장.가공.유통시설 투자자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공사는 지적했다.

전대완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는 “한국내에서 극동, 특히 연해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행동하는 관심’이 아니고서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면서 “연해주를 활용한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이 크게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