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희생 기억하며 가슴 속 촛불 다시 밝히자

연평도 포격 도발 1년이 되었다. 1년 전, 진정 연평도에서 화염이 솟는 그 모습은 국민들에게 충격이었다. 두 명의 장병이 숨졌고 16명이 부상했으며, 민간인도 두 명이 사망하였다.


언론 지면에서는 당시를 회고하며 올바른 평가와 바람직한 방향을 언급하는 글들이 많다. 필자는 조금 다른 이야기로 기억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당시 충격 속에서 일군의 사람들이 모였다. 연평도에서 숨져 간 우리 장병들과 민간인들을 추모하는 촛불을 든 것이다. 청계광장에 모여 연평도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연평도의 충격을 국가적 극복으로 어떻게 승화해 나갈지 국민들과 대화를 하였다. 일명 ‘연평촛불’이었다.


연평촛불은 청계광장 입구에서 저녁 6시면 이틀에 한 번씩 어김없이 불을 밝혔다. 그리고 12월 한 달 내내 이어졌다. 연평촛불 행사위원회의 대변인을 맡았던 필자는 매번 시민들이 들 촛불과 여러 선전물 그리고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위한 무대 등을 준비하였다. 퇴근길에서 시민들은 잠깐이지만 멈추어 이야기를 들었고 또 하고픈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였다.


필자는 삼십여 년을 살면서 한국의 겨울이 이렇게 추운 것인가 그때 비로소 실감하였다. 우리는 찬 겨울에 서릿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발을 동동 구르고 손을 호호 불며 거리를 지켰다. 죽어간 우리의 장병들에 비하면 견딜 수 있었다. 북녘에서 독재정권 하에 신음하는 동포들을 생각하면 춥다고 말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 순간을 참으면 금방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독재의 칼바람에 속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은 삶 자체가 차갑고도 영원한 겨울이 아닌가. 그들은 어딘가 피할 곳도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면 찬바람만큼이나 가슴에 눈물이 그저 맺혔다.


한 달 동안 이어진 연평촛불에 그리 많은 시민들이 동참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사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것이라 기대하였다. 물론 초라하진 않았지만 시민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든 것은 아니었다.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그리 멀지 않은 파고다 공원 앞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주최하는 촛불 집회가 개최되었다. 그들은 전쟁반대 평화실현이라는 구호판을 손에 들고 있었다. 종북주의자들이 불리하니까 들고 나온 구호이다. 거기에 모인 인원이 사실 더 많았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놀란 모습 두 가지를 이야기 한다. 하나는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모습이다. 이것이 민주주의구나, 시위대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정부를 비판하고 불법집회를 하여도 잡아가지 않으니 이게 민주의의란 건가 놀랍고도 의아하였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놀란 모습은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접한 국민들의 모습이다. 소고기 반대한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면서 공동체가 공격당해 꽃다운 젊은이들이 죽어 가도 누구 하나 그것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며 광장에 모이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잘못을 범한 자보다 정부를 더 의심하고 비판하는 모습은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다.


북한에 살며 ‘일상의 군사체제’를 경험한 탈북자들은 한국민들의 안일한 안보 태세에 대해 경악한다. 적어도 정신 상태에서만큼은 북한은 한국에 대해 백전백승이라는 것이다. 모든 주민이 김정일의 총폭탄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머릿속 깊이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에 대한 적개심을 각인하고 살아가는 북한의 병영체제를, 공동체의 적이 누구인지 우리 공동체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그런 것을 제대로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 한국 국민이 어떻게 대적해 내겠는가 하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 1년이 되니 언 손 호호 불며 들었던 연평촛불이 떠오른다. 비록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그때 우리는 어쩌면 처음으로 공동체를 위해 뜨거운 마음의 촛불을 나눈 것이었다. 그때 거리를 지나다 걸음을 멈추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촛불에 두 손을 모아준 많은 시민들, 그들의 마음만큼은 천사람 만사람의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대한민국의 희망이었고 미래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참여하지 않은 국민들도 그 마음만큼은 다 같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연평도에서 숨져간 우리 장병들과 희생자들을 추모한다.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 그리고 김치백·배복철님. 다시 한 번 우리 국민들이 가슴 속에 ‘연평촛불’을 밝혀주기 바란다. 연평의 용사들을 추모하며 북녘의 동포들을 생각하고 그리고 이 대한민국을 자유와 번영의 땅으로 영원히 지켜가겠다는 굳건하고 소중한 다짐의 촛불을 두 손 가득 피워 올려주기 바란다. 다가오는 겨울이 차갑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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