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매년 6월 15일이 되면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합의된 ‘6·15공동선언’의 의미를 대내 매체를 통해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남한의 일부 좌파세력들은 ‘6·15공동선언’에 대해 분단 55년 만에 남북 최고지도자들이 만나 처음으로 서명한 문서로써 남북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의 대부분은 선언의 내용조차 모르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설명했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른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텔레비도 보지 못하고 설사 보았다고 해도 (공동선언에 대해)관심이 없다”며 “살기 힘드니 누구나 통일을 바라기는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느 쪽이 통일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학습이나 조금 한 사람들은 ‘선언문대로 통일 되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선언문이 채택 된지도 오래 됐고 여기서는 계속 보복을 한다고 하니 약속이 성사될 수가 없다’고 말한다”며 “이제는 사람들이 악에 받쳐 ‘이렇게 살기보다는 전쟁이나 콱 일어나서 잘 사는 놈(간부들)이건 못사는 사람이건 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내 매체와 강연을 통해서는 우리민족끼리 손을 잡고 평화통일을 하자고 선전하면서도 주민들에게는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당국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2005년 입국한 탈북자 최인중 씨(45세)는 “발표 당시에는 통일이 당장 이뤄지기라도 한 듯 각종 경축행사를 열었다”며 “정상회담 성과를 김정일의 업적으로 선전하고 기관, 기업소들에서는 선언문을 가지고 강연을 한다고 해서 들볶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다가오는 통일이 중요한게 아니라 당장 먹고 살 식량이 우선인 북한 주민들은 선언문을 외우고 기억할 만한 여유를 가질 수가 없었다”며 “누구와 만나 합의했는지, 기본 내용이 무엇인지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2007년 입국한 탈북자 권찬우 씨(42세)도 “북한에서 조직생활을 하거나 여맹생활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모르고 있다”며 “10명 중에 9명이 선언에 대해서 모를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몇 명 없으니 당국에서 내려 보낸 강연 내용을 알 수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