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한 넘긴 ‘北核 신고’ …그 기다림의 끝은?

북한은 결국 ‘10.3 합의’에서 약속한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연내 완료’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핵 6자회담도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핵 6자회담 ‘10.3 합의’를 통해 3개의 영변 핵시설(5MW 원자로, 재처리시설, 핵연료봉제조공장) 불능화와 모든 핵프로그램의 신고를 연내에 완료키로 했었다.

나머지 참가국들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중유 95만t에 해당하는 경제.에너지 지원을 제공하고 미국은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었다.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규정된 10.3 합의에 따라 31일까지 불능화 및 핵신고 등을 완료해야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시한을 맞춰 이행하지 않았다.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북핵 협상의 진전을 가져왔다고 평가받았던 불능화 작업도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1월에 착수한 불능화 작업은 총 11개 조치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현재 4개를 완료하고 3개를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MW 원자로의 폐연료봉 제거 작업은 기술적인 시간이 필요해 내년 2∼3월에나 완료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은 사용 전 핵 연료와 냉각탑 시설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를 핵폐기 단계에서나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최근 경제적 보상이 늦어져 불능화 속도를 조정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 이후 순조롭게 진행해오던 ‘비핵화 2단계 조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련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북한의 신고.불능화 완료까지 지원하기로 한 중유 45만t과 중유 50만t에 상응하는 경제.에너지 지원 중 현재까지 중유 15만t과 철강재 5천10t이 제공됐다.

북한으로선 꼬투리를 잡으려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25~26일)까지 6자회담 경제.에너지 실무그룹이 평양에서 개최되는 등 비교적 원만하게 대북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은 이미 지난 8월 경제.에너지 실무회의에서 에너지 지원이 비핵화 조치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할지라도 융통성을 발휘하겠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북핵 외교 전문가들은 만약 북한이 경제 지원 등을 이유로 불능화 조치를 늦춘다면, 그건 북핵폐기 로드맵 자체를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핵프로그램 신고에 있어 미국이 북한의 핵폐기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신고 여부는 예상대로 북핵 신고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2002년 10월 당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방북때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을 간접 시인하면서 ‘제2차 북핵위기’의 빌미를 제공했다. 때문에 미국은 현재는 UEP로 부르고 있는 이 문제를 규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까지 UEP 개발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UEP 관련 설비로 의심받고 있는 알루미늄관 수입 사실을 시인하고 의혹 해명을 위해 일부를 미측에 건넸다. 이 알루미늄관에서 우라늄 농축 흔적이 발견됐다.

물론 알루미늄관에서 우라늄 농축 흔적이 발견됐다고 해서 북한의 UEP 개발 의혹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북측은 현재까지 알루미늄관이 UEP와는 무관한 용도에 사용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연내 북핵 신고와 불능화가 사실상 물건너간 가운데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30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아직까지 핵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하고 정확한 신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불능화 절차를 늦추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과 핵무기, 확산활동을 정확하게 전면 신고하고 합의에 따른 불능화를 완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양국은 시한 보다는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은 분위기다. 북한이 핵포기 없이 홀로 설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도 어렵지만, 새로 출범하는 남한 신정부의 대북정책도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남한 대선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식적인 논평이 나오고 있지 않은 것도 신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내년 신정부가 출범하고 폐연료봉 인출 작업이 완료되는 2~3월까지 신고를 늦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미국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교착 상태를 넘어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