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김정은式 내부 개혁 움직임, 어디까지 왔나?

사기업 융성, 김정은도 거스를 수 없는 추세...관련 법 개정 눈여겨봐야

북한 김정은 정권 들어 기업소를 중심으로 개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3년과 2015년 기업소법을 개정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할 근거를 마련했고 올해 헌법 개정을 통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라는 기틀을 마련했다.

시장화의 진전에 따라 신흥 부유층으로 성장한 개인, 흔히 돈주라고 불리는 이들이 국영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열어둔 것이다. 또한 대북 제재가 강화됨에도 불구하고 ‘돈주’의 투자로 인한 개인 기업 설립은 오히려 더 활발한 모양새를 띄고 있다.

장자강공장기계공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장자강공작기계공장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상납금만 바치면 어떤 기업소 설립도 ‘OK’…국영기업소는 지속 쇠락 중

일단 개인 기업소 융성의 주요 원인으로 국업기업소 쇠락을 들 수 있겠다. 보잘것없는 노임(월급, 보통 3000원) 때문에 국영기업소는 점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 월에 100달러를 주는 공장에 취직하려고 한다. 개인 기업소 사장이 쌀 공급까지 하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한 당국의 움직임도 한몫했다. 일단 북한 당국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등록하고, 상부에 상납금을 바친다면 개인 기업소 설치를 허가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당국에서 이제는 개인이라도 능력 있고 돈이 있다면 제지하지 말고, 또 국가에 보탬이 된다면 활성화해야 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즉 당국은 상납금만 바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제는 경쟁력이 없다는 진단을 내린 국영기업소를 방치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식 ‘자력갱생’ 강조가 기업소를 대하는 관점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북한 평안남도 평성시 문화동에 있는 평성기계공장, 평성목재공장과 문덕·숙천·개천·덕천·평원 지역의 철제일용품 공장, 견직공장들이 도(道) 지방공업관리국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자력갱생하라’ ‘간고분투하라’였다고 한다.

심지어 도 지방공업관리국에서는 이들 기업소를 폐쇄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년 안에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고 경영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정상화보다는 폐쇄가 현실적’이라는 말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경쟁력 제고를 스스로 마련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당국의 개혁 의지를 기업소에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류경김치공장
류경김치공장. /사진=노동신문 캡처

사장개인 유대감 싹튼다…‘미래 산업에 투자 똑똑한 돈주 나오기도

그렇다면 이와 같은 움직임이 북한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일단 기업에 ‘자율성’이 강화되면서 공장 사장과 종업원의 끈끈한 유대감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장들은 유능한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 인센티브를 내걸기도 하고, 종업원들은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사장을 따르고 운명을 함께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개인 재산이라는 의식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예를 들면 공장 기업소 사장은 야간 경비, 물자입출 및 외부인원 출입 단속을 위해 돈을 주고 공장 보위대를 모집하기도 한다. 물론 공장 당 위원장의 최종 사인을 받아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여기서 뇌물이 오가는 비리 문제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등 외국에 나와 기업소 설립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려는 주민들이 한때 늘어나기도 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계획하고 현재에 투자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는 뜻으로, 주민들의 의식 성장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 내부에서 개인이 생산된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상승 중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일부러 개인 제조 상품을 찾으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문제는 개인이 일군 기업소를 돌연 빼앗는 일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허가를 내주고 나중에 그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자금을 흡수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결국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게 절실해 보인다.

원산구두공장
원산구두공장. /사진=조선의오늘 캡처

사기업 발달, 북한 당국도 거스르지 못할 것내부 변화 지속 추적해야

종합적으로 보면 시장화와 같이 사기업의 발달도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할 수 있겠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돈(세금)도 벌고, 원래 본인들이 담당해야 할 배급 문제도 기업들이 알아서 해주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까지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직까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즉, 생산자(기업소 사장)에게 모든 혜택이 돌아간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이다. 아직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고,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따라 당국은 지속적으로 관련 법 제정과 개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김정은식 내부 개혁 의지를 판단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점으로, 향후 이를 지속 추적·평가해 봐야 할 것이다.

즉, ‘우리식의 경제관리개선 조치’(일명 6·28방침)를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포전담당제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농업 생산성도 높아지고 있고, 개인 기업소가 늘어나면서 북한산 상품의 질도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속도가 느리고 답답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다른 조치(경제 특구 등)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 말고 다른 길로 접어들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본다면 6.28방침은 북한이 걷고 있는 길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북한이 기업소들을 민영화하면, 이를 살 수 있는 투자자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돈주들이 일부 담당하겠지만, 결국 한국이나 미국, 중국 등의 외국기업의 투자가 핵심이다. 우리는 관련 법을 지속 연구하면서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