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혜산시와 양강도 일대에서 상거래 질서를 확립한다는 명목으로 비사그루빠(비사회주의 검열단)의 검열과 단속이 강화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8일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비사 구루빠들이 혜산 시내 장마당에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 장사꾼들이 팔고 있는 물품들을 하나하나 들춰가면서 판매가 금지된 수입품이나 약품을 단속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중국에서 밀수했다거나 마약 성분이 의심된다는 이유를 들어 약품을 압수해가는 조치를 취했다”면서 “단속된 장사꾼은 ‘백성들이 이 약으로 병 치료하는데 왜 빼앗냐’면서 주변에 있는 상인들까지 합세해서 항의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 팔던 약품을 전부 빼앗긴 장사꾼은 아는 사람을 내세워 하소연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돈과 담배를 뇌물로 주고 일부만 돌려받았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올해 들어 도덕기강을 바로 세우고 온갖 비사회주의 생활요소와 비법행위를 바로잡겠다며 분기별로 비사회주의그루빠를 가동해 주민단속을 벌여왔다. 이번 단속은 불법월경이나 휴대폰 단속과 달리 시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사그루빠들은 혜산 시내뿐만 아니라 군 단위 농촌에도 내려가 음식을 파는 작은 매점들을 돌면서 포장된 중국 식품들을 위생검역소 검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딱지를 붙여 회수해갔다고 한다. 이 외에도 집에서 물건을 팔거나 방문 판매를 하는 행위도 ‘왜 장마당에서 장세 내고 장사하지 않느냐’며 단속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단속 그루빠는 장사꾼들에게 여러 트집을 잡지만 결국 돈이나 담배를 받으면 몇 마디하고 슬그머니 물러난다”면서 “갑자기 그루빠들이 열을 올려서 주민들은 ‘무슨 꿍꿍이가 있느냐, 돈벌이를 하려는 것이냐’며 불평을 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 그루빠들은 당국의 지시를 단속 명분으로 삼지만, 결국 개인 돈벌이나 지원사업에 필요한 돈의 액수를 채우기 위해 움직이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연말에 경찰들이 단속 건수나 과태료 실적을 채우기 위해 운전자들의 안전띠 미착용 같은 법규 위반을 집중 단속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소식통은 “혜산시 비사그루빠는 소속 단속원들이 할당 받은 시멘트 지원물자를 내기 위해 중국과 밀수를 하거나 중국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단속해 벌금을 거둬들이고 풀어줬다”면서 “본인들의 과제를 주민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그루빠를 활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