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불능화 가능할까

북한이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북핵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여러 조건이 맞다면 5∼6개월 내 핵프로그램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연내 불능화가 실제 가능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북한이 5∼6개월 내라도 (핵프로그램)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를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북한은 연내 불능화의 조건으로 ▲기술적으로 안전상에 문제가 없을 것 ▲5개국이 제공할 상응조치가 이뤄질 것 등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고 천 본부장은 전했다.

여기서 안전상 문제란 핵시설 불능화 과정에서 방사능 노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부분(시간)을 말하는 것이라고 회담 소식통들은 전했다.

불능화 작업 과정에서 방사능 피폭을 피하기 위해서는 원자로를 식히고 시설의 오염을 없애는 일(제염.除染)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작업에는 최소 4∼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5개국이 제공할 상응조치로 북한은 2.13합의에 적시된 중유 95만t에 상응하는 경제.에너지 지원을 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로 냉각과 제염 등에 걸리는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고 경제.에너지 지원도 북한의 중유 저장시설 등 고려해야 할 점이 있지만 북한의 2.13합의 이행에 걸림돌이 될 만한 요인들은 아니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기본적으로 북측이 불능화를 하는데 있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들이 불능화를 위한 필수조건은 될 수 있을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정상화 논의가 연내 불능화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라는 견해가 많다.

2.13합의에는 `영변 핵시설 폐쇄 등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 기간에 미국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과정을 개시하고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를 위한 과정을 진전시켜 나간다’고만 돼 있을 뿐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등 다음단계 조치에 맞춰 미국이 해야 할 의무가 명문화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껏 경제.에너지 지원 못지않게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을 핵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왔다는 점에서 핵불능화를 위해서도 이와 관련한 미국의 진전된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명길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2단계 약속이행을 위해선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의 상응조치들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2.13합의 초기조치를 이행했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니 다음 단계를 이행하려면 이런 논의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의 지난달 평양 회동 및 17일 양자접촉 등에서 비슷한 논리를 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이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힐 차관보가 “현재로선 장애물은 없다”고 밝힌 점에 비춰볼 때 아직까지는 북.미가 이 문제로 첨예하게 맞서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른 돌발 변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북한이 경수로 제공 문제를 불능화와 연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경수로 제공을 불능화와 어떤 식으로든 연계한다면 핵시설 불능화를 마치고 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한 뒤에야 경수로 제공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한.미의 입장과 맞설 수 있다.

회담 소식통은 “아직까지는 낙관도 비관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지만 북한이 핵불능화 의지를 표명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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