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에 끝낸다”..급물살 타는 북핵 2단계 이행

북핵 2단계 이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목표는 12월 31일. 두 달 남짓 남은 이날까지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를 모두 끝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25일 거듭 확인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미 하원 아태.지구환경소위와 테러.비확산.통상소위가 공동 개최한 6자회담 청문회에서 향후 2주 내에 북한의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내에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가 완료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이 처음에 신고하는 리스트들은 미국이 원하는 정확한 리스트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2주 내에 신고절차를 시작함으로써 12월까지는”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을 전면 포괄한다고 북미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리스트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핵프로그램 신고가 북한 비핵화로 가는 고비라고 말해왔다.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얼마나 충실히 신고하고, 이를 어떻게 검증하느냐에 따라 이른바 북한이 핵포기의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북핵문제 해결의 고빗길이 시작된 셈이다.

힐은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이 신고할 프로그램에 핵시설과 물질, 프로그램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도록 폐기돼야 한다’는 이른바 CVID원칙도 강조했다. 그래야만 북핵협상은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북한의 전면 비핵화라는 6자회담의 목표를 스스로 확인했다.

커다란 의혹의 대상인 고농축 우라늄(HEU) 핵프그램에 대해서도 연내 해결 방침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힌 순 없지만 북한측과 연내에 서로가 만족스럽게 이 문제를 푼다는 합의가 돼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올 연말까지는 HEU 핵프로그램이 더 이상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게 30년 외교관으로서의 판단이라고 자신했다.

북핵 2단계 이행의 또다른 핵심인 영변핵시설 불능화는 이미 준비단계가 거의 마무리됐다.

이미 두 차례 실무팀이 방북했고, 다음달 1일 들어가는 전문가팀은 불능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힐은 과거에도 영변핵시설의 폐쇄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불능화 조치가 취해진 적은 없다며 “북한 핵시설들이 불능화되기는 사상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역사적인 불능화 역시 연내에 가능하다고 힐은 낙관했다.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동북아 안보체제 구축 등도 기존에 밝힌 일정대로 추진될 것임을 그는 분명히 했다.

북한이 2단계 합의를 착실히 이행한다면 테러지원국 문제도 병행 해결될 것임을 다시 밝혔고, 불능화와 전면신고가 끝나면 평화협정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와 상호 교류 확대를 통한 신뢰구축 작업을 계속해나가겠지만 전면적인 정상화는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 뒤에야 가능하며, 한반도 평화협정도 북한의 핵포기 이후에 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미 양측이 달러화 위조 등 금융현안을 다루기 위한 금융실무회의를 열기로 했다는 힐 차관보의 발표는 새롭다.

북한의 위폐 제조 등 불법 금융활동을 방관한 채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미국 내 일각의 비판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국제금융체제 편입을 위한 전제 조치들이 이 회담에서는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거나 이들 기구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면 어차피 불법 금융활동을 청산하고, 국제기준에 따른 행동을 해야 할 것으로 지적돼왔다. 따라서 북미 금융실무회의도 불법활동을 따지고 시정하는 이외에 상호 관계정상화에 대비한다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계획은 이렇게 야심차고 낙관적이지만 불능화와 전면신고의 북핵 2단계 이행이 연내 완료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점치기 힘들다.

불능화와 신고 모두 이제 시작일 뿐이고, 많은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불능화는 10단계, 신고는 3단계로 이뤄질 것이란 소문들처럼 넘어야 할 단계가 많으며, 그런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불능화와 신고에 따른 기술적인 문제점들을 들어 2단계 이행 완료는 내년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주장까지 이미 제기되고 있다.

북한과 시리아간 핵협력 의혹도 아직까진 6자회담에 별다른 걸림돌이 아니지만, 미국 내 강경파들이 공세의 수위를 어디까지 높여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북핵 해결의 총괄 지휘자인 힐 차관보는 29일 다시 베이징을 찾는다. 구체적인 일정과 그가 누구를 만날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의 행보는 연내 2단계 합의 이행을 끝내는데 맞춰질게 틀림없다.

숱한 반대와 비관론을 헤치고 어렵사리 북핵문제 해결의 고빗길에 다다른 그가 이제 어떤 묘책을 찾아낼지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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