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체니! 단순.명쾌한 강경 주장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역시 달랐다.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 수장답게 독단적 주장을 단순.명쾌하게 펴나갔다.

체니 부통령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실패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조지 부시)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어떠한 선택방안도 테이블에서 치우지 않았다”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등 다른 고위관계자들도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가 실패할 경우 군사조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부시 대통령의 말을 인용, “어떠한 선택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곧이어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이행에 적극적이어서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항상 덧붙임으로써 군사조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희석하는 `외교적 조치’를 반드시 취한다.

이에 반해 체니 부통령은 “어떠한 선택방안도 탁자에서 치우지 않았다”는 한마디 외엔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았다.

나아가 이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에선 ‘모든 선택방안’이라는 발언의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설명했다. 리비아의 핵프로그램 포기 이유의 상당 부분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직접적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것.

체니 부통령은 ‘직접 결과’의 증거로, 미국이 이라크를 향해 진공하자 리비아가 자신들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대화 용의를 시사했으며, 그 9개월 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생포하자 “모든 것을 다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장을 끝까지 추구하는 게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직접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핵무기가 있어야 이라크처럼 침공당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굳히게 됐다는 것이다.

리비아의 핵포기 배경도,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영국의 중재 하에 이뤄져온 양국간 직접 비밀협상을 주된 요인이라고 그동안 미국과 영국 언론의 보도 및 전문가들은 꼽고 있다. 체니 부통령의 설명과는 전혀 다르다.

체니 부통령의 리비아 성공 사례 언급은 이라크 정책 실패론에 대한 반론의 의미일 수도 있으나, 군사조치 효과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주목된다.

타임과 인터뷰에서 체니 부통령의 ‘모든 선택사항’ 발언이 라이스 국무장관의 ‘모든 선택사항’ 답변과 어감이 다르게 들리는 또 다른 이유로,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추진에 대한 입장도 들 수 있다.

라이스 장관은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이행할 의무가 있음을 역설하고 이행을 촉구하면서도 세계 각국이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외교적 수사를 동원한다. 또 제재와 그에 이은 대화의 과정을 거쳐 외교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쪽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은 “이 문제가 외교적으로 어떻게 될 지 나는 모르지만, 우리는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체니 부통령과 함께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역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말해 체니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두고보겠다’는 식의 심판관 같은 어법을 쓰고 있다.

두 사람은 국제 외교무대에서 ‘선수’로 직접 뛰어야 하는 라이스 장관과 다른 처지이기 때문에 이러한 어법의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나 ‘두고 보겠다’는 식의 말이 ‘모든 선택방안’에 함축된 의미를 더욱 주목케 하는 것은 사실이다.

체니 부통령은 북한 핵문제에 관해 그동안 언론에 직접 나서 공개 언급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하더라도 부시 대통령의 말을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러나 이번 타임과의 인터뷰에선 리비아 사례를 드는 등 여느때보다 선명하게 ‘체니의 생각’을 밝혔다.

다만, 현재 미국이 이라크에서 처한 상황과 미국 내외의 여론을 감안할 때 미국의 대북 군사조치 선택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체니 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겨냥해 ‘어둠의 왕자’라고 불리는 자신의 ‘악역’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발언으로로도 볼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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