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軍수뇌부, 노대통령 사과 요구

전(前) 국방장관 등 역대 군 수뇌부들이 26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신천동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사무실에서 긴급회동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이른바 `군대발언’과 관련해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일생을 바쳐온 우리는 지난 12월21일 행한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우리 국민과 국군, 헌법을 모독하고 신성한 국방의무를 폄훼한 데 대해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조항을 언급하며 “노 대통령은 이 국가비상 시기에 대한민국 대통령 및 대한민국 국군의 총사령관으로서 헌법에 명시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는 노 대통령의 언급을 “참 어이가 없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영하의 혹한을 무릅쓰고 불철주야 조국의 산하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70만 국군 장병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인 동시에 신성한 국토방위 의무를 폄훼한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정부의 군 복무기간 단축 검토에 대해서도 “군 인력수급의 어려움과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 사안”이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군 복무기간을 단축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북한이 쏜 미사일이 한국으로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인데..’라는 노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 “북한 미사일 공격 대상은 누가 봐도 남한 국민 뿐”이라며 “북한 미사일이 남한으로 날아 오지 않는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어 “국가안보는 0.01%의 불확실성이 있어도 안되는 것인데 국가안보와 전 국민의 생사가 걸린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남한의 군사력과 관련해 언급하면서 `우리 군인들이 떡을 사먹었냐’ `그 사람들 직무유기 한 것 아니냐’고 한데 대해서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로 발전하기까지 그 주역은 6.25 전쟁에서 사선을 넘어 조국을 지키는데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군 원로들 이었다”며 “우리들의 구국의 일념을 폄훼하고 마치 국방비를 헛되게 낭비한 주범으로 몰아붙이는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논의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역대 군 수뇌부의 환수 반대 주장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했다”며 “이는 한반도 전쟁억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한미연합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주권문제나 자주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전작권 단독행사를 위한 계획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이들은 “`미국에만 매달려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엉덩이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라는 노 대통령의 언급은 국가안보에 초석이 되고 있는 한미동맹에 찬물을 끼얹는 심각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이 유사 이래 최대의 안보위기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역대 군 수뇌부들은 이날 긴급회동 후 성명서 최종 문안을 조율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성명서를 낭독했다.

김성은 전 장관은 회의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노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에 반대한 군 원로들을 매도했다”며 “나라의 장래가 너무 위태롭고 이렇게 하다가는 대한민국이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위국심이 생겨 오늘 모였고 과거에도 전작권 환수를 극렬 반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해, 자유 민주주의를 가져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싸웠고 그 결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며 “당시 3∼5살, 태어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자기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것을 나쁘다고 비난하고 있다.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어디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오늘은 이 정도로 하려 한다”며 청와대 측의 `긍정적’ 반응이 없을 경우 추가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추가 조치와 관련, 김지욱 성우회 홍보실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로서는 특별히 염두에 둔 것은 없다”며 “앞으로 반응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김성은, 오자복, 노재현, 이기백, 이병태, 최세창, 정래혁, 서종철, 이종구, 김동진, 김동신 전 국방장관을 비롯해 합참의장, 각군 참모총장, 연합사부사령관 등 역대 군수뇌부 7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김종환 전 합참의장,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김인식.김명균 전 해병대 사령관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