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암초’ BDA…출구 언제 보일까

중국 베이징에서 13개월만에 재개된 6자회담의 최대 암초는 우려했던대로 BDA(방코델타아시아)였다.

‘6자회담이 아니라 사실상 BDA회담이었다’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한국과 미국 등 북한을 제외한 국가들은 BDA문제는 6자회담과 별개임을 줄곧 강조했지만 BDA 동결계좌 해제를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은 북한의 완고함에 회담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모양새다.

막바지 협상이 21~22일 진행될 예정이어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BDA문제의 해법이 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BDA에 대한 북한의 집착을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16일 회의 참석차 베이징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던진 일성(一聲)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서는 우리에 가해진 제재 해제가 선결돼야 한다”였다.

북한의 이같은 방침은 이후 기조발언과 수석대표회의, 양자회동 등을 통해 더욱 확연히 드러났고 19∼20일 북미 간 BDA실무회의가 처음으로 열렸지만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이 이행해야 할 단계별 핵폐기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담은 안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은 채 ‘이행조치에 대해서는 BDA가 해제된 뒤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입장을 대체로 충실히 전한다는 조선신보도 21일 “조선(북한)은 9.19공동성명 발표 직후 발동된 경제제재의 해제조치를 통해 미국의 정책전환 의지를 판별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돼야 비핵화 공약 이행도 상정될 수 있다는 의향을 이미 미국측에 전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미 간, 그것도 양측 전문가들이 BDA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것은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아직 출구가 보이지는 않지만 BDA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주중 미국 및 북한대사관을 오가며 이틀에 걸쳐 8시간동안 진행된 북미 BDA회의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게 회담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론 여기서도 BDA문제를 바라보는 북미의 시각차는 여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BDA내 북한 계좌가 돈세탁과 위폐제조·유통 등 각종 불법행위에 관여된 혐의가 있어 동결한 것으로, 정치적으로는 풀 수 없는 법적문제라는 입장을 북측에 설명한 반면, 북한은 BDA문제는 대북 적대시정책의 상징으로 즉각 해제돼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재무전문가인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를 수석대표로 파견한 데서 보듯 얼굴을 붉히기보다는 미국의 설명을 진지하게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낯설 수도 있는 미국의 법과 제도를 이해하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BDA 실무회의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대니얼 글래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는 이번 회의를 “사무적이고 유익했다”고 평가하면서 “북미 BDA실무회의가 다음달 미국 뉴욕에서 속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BDA가 ‘법집행 문제로 정치적으로 풀 수는 없다’는 원칙을 어기지 않는 한에서는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어찌보면 국지적 사안인 BDA문제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정세 안정을 위한 비핵화 논의를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적당한 ‘우회로’를 찾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 ‘우회로’가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 재무부의 BDA조사를 서둘러 종결하는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마카오당국은 미 재무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합법적으로 판단된 돈은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BDA계좌 조사과정에서 불거진 북한의 불법행위는 따로 사법당국에서 조사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수도 있겠지만 북한 당국자들에 대한 미국의 사법처리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취하면 처리를 유예하는 방법으로 마무리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지만 이미 BDA문제 협의에 대한 물꼬가 트인 이상 다음달 뉴욕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회의에서는 해결의 큰 가닥이 잡힐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물론 미국의 전향적 자세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도 ‘금융제재를 풀지 않으면 아무 것도 논의할 수 없다’는 경직된 방침에서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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