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복싱 역전극에 하나 된 남북 응원단

북한 여자 복서가 링 위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자 남북 응원단 800여 명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열띤 박수를 치며 하나가 됐다.

제6차 남북여자복싱대회가 열린 19일 개성 학생소년궁전 체육관.

북측 응원단 300여 명이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간 넘게 본부석 맞은 편에 자리를 잡고 응원단장의 지휘에 맞춰 응원을 펼친 반면, 남측 관중 500여 명은 경기 초반 조용하게 앉아 경기를 지켜볼 뿐이었다.

남측 응원단의 관심이 복싱보다는 개성 시내 관광에 있었던 데다 복싱 경기 자체도 북측의 일방적인 우세로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북측 류영심(23.4.25체육단)이 밴텀급 논타이틀전에서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플라이급 전 챔피언 최신희(24.성남체)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1회 TKO로 이기는 등 북측은 세계타이틀전에 앞서 열린 4경기를 모두 휩쓸었다.

다양한 색깔의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북측 미녀 응원단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북측 선수를 응원하는 동안 이들과 거리를 두고 링 양쪽에 자리 잡은 남측 응원단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분위기를 급변시킨 건 마지막에 열린 북측 도전자 류명옥(24.상업성체육단)과 챔피언 아나 마리아 토레스(27.멕시코)의 세계여자복싱평의회(WBCF) 슈퍼플라이급 타이틀전(10R)이었다.

2005년 6월 WBCF 슈퍼플라이급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가 해외 방어전을 치르지 못해 작년에 벨트를 벗어야 했던 류명옥도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이었지만 멕시코에서 날아온 토레스도 거침이 없었다.

챔피언이 경기 초반 류명옥의 얼굴에 묵직한 펀치를 꽂아넣으며 주도권을 잡아나가자 남측 관중도 `이거 장난이 아닌걸’이라는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초반에는 무심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남측 관중이 하나둘씩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은 류명옥이 반격에 나선 5회부터.

류명옥이 난타전 끝에 차근차근 유효타를 터뜨리자 체육관 안에는 남북 어느 쪽에서 터져나왔는지 모를 환호성 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결국 도전자의 2-1 판정승이 발표된 순간 토레스는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체육관을 빠져나갔고 챔피언 벨트를 치켜든 류명옥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순간 남북 관중이 동시에 일어나 박수를 치며 류명옥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 속에서 남북이 하나 된 순간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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