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있어 강간범이 생긴다고?

▲ 북한 핵 보유는 김일성의 숙원

“우리가 미국의 가증(가중)되는 핵위협 때문에 할 수 없이 핵무기를 갖춘 만큼 핵문제가 해결되려면 미국의 대조선 핵위협과 적대시 정책이 철회돼야 한다.”

북한은 11일자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러한 논리에 남한의 친북좌파들이 부화뇌동할 것이 뻔하다. 미국의 위협 때문에 북한이 ‘할 수 없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엉터리 같은 거짓말이다.

이 말은 “부자들 때문에 도둑이 생긴다”거나 “여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강간범이 생긴다’는 논리와 같다. 이런 헛소리는 도둑이나 강간범이 붙잡혔을 때 자신의 범죄를 변명해보려고 횡설수설하는 정도의 말이지,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가진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주장이다. 북한 핵문제도 마찬가지다.

김일성, 김정일이 점쟁이인가?

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한 것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으로부터 실험용 원자로를 들여온 것은 1963년이고, 캐나다의 핵전문가인 김경하 박사를 입북시켜 핵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김일성은 1964년 중국이 핵실험을 하자 그것에 자극을 받았고, 1974년 인도마저 핵실험에 성공하자 더욱 재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975년에 최초로 그램(g) 단위의 플루토늄을 추출해냈다.

이런 김일성의 숙원을 김정일이 이어받아,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무기를 만들려는 의도가 드러난 시점은 1980년대 초반부터다. 이전까지의 실험용 원자로를 벗어나 1980년부터 5MWe급 원자로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것이 완공된 시점은 1986년이다. 이때 프랑스의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변의 핵시설이 ‘무언가 이상하다’고 국제 핵전문가들은 지적했고, 소련이 북한을 설득해 NPT에 가입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북한 핵개발의 역사는 미국의 압박정책과는 전혀 무관하다. 1990년 이전까지 세계는 미-소 양 진영으로 갈라져있었고, 진영간의 대립과 봉쇄는 있었지만 미국이 북한만을 특별히 압박한 사례는 없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압박정책 때문에 ‘할 수 없이’ 핵개발을 했다면, 1960년대부터 북한은 30년 뒤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할 것을 예상하고 핵개발을 시작했단 말인가? 정밀한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폭장치 실험을 1980년대 초반부터 수십 차례 계속 한 것은, 이미 그때부터 미국의 압박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인가? 김일성과 김정일이 무슨 점쟁이라도 된단 말인가.

뻔하게 보이는 친북좌파들 행태

친북좌파들은 “북한은 원래 발전용으로 핵개발을 시작했는데,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되고 미국의 압박이 노골화되자 무기용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역시 엉터리 같은 짜맞추기식 논리다. 일반 국민들이 핵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점을 이용한 여우 같은 수법이다.

이미 30년 동안 핵관련 연구를 지속해온 북한이 안정성과 효율이 높은 경수로용 원자로를 놔두고 부득불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흑연감속로를 고집한 것은 과연 비용상의 문제였을까?

또 완공이 다 된 원자력발전소의 주변에 전기를 송배전할 시설이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이며, 플루토늄을 재처리할 수 있는 축구장만한 시설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구 소련도 이런 점들을 의심해 NPT 가입을 재촉했던 것이다.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기 위한 원심분리기의 재료인 고강도 알루미늄을 구입하기 위해 국제암시장을 기웃거리다 몇 번이나 적발된 것은 또한 무엇인가? 이것도 미국 때문인가?

마지막 6자회담, 이제 북은 선택해야

각설하고, 어영부영 거짓말을 하면서 현 상황을 타개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번 노동신문 논평을 보건대 북한은 아직도 작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고, 이번 제4차 6자회담에도 암울함이 느껴진다.

어린애 같은 말 장난질 그만하고 하루 속히 모든 핵프로그램을 중단하라. 핵을 가짐으로써 얻을 것은 하나도 없다. 핵을 포기함으로써 얻을 것은 너무도 많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잘못된 길에 들어서긴 했지만 이제라도 시인하고 과감히 선회하라.

북한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 제4차 6자회담을 앞두고 던지는 고언이다. 남한의 친북좌파들도 김정일과 함께 몰락하고 싶지 않다면 이렇게 북한을 설득하기 바란다.

곽대중 논설위원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