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떠도는 화이트 콤플렉스 망령

강정구 사태가 정치권의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걸겠다고 말했다. 일종의 정치적 ‘옥쇄(玉碎)’를 각오하는 결연함이 묻어났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수구보수세력들의 `색깔론 총궐기’는 헌정질서와 인권을 앞장서서 파괴하려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대응했다.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박대표의 회견을 ‘청계천 효과’로 비상하는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초조감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

노무현 정부와 여당은 이번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공안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 관행을 깨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이 강정구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했다. 동조하지는 않지만, 강 교수가 계속해서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다녀도 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와 여당이 강교수의 인권을 옹호하고 있는 동안에도 강 교수는 학교 수업과 출강, 언론 기고와 인터뷰를 통해 강정구식 역사인식을 퍼트리고 있다. 그는 전국 대학을 다니며 ‘6.25는 통일전쟁’이자 ‘맥아더가 양민학살의 주범’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학문적 영역을 넘어 강정구식 ‘친북 계몽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동안 우리 젊은이들의 사고는 병들어가고, 실패한 역사인식의 볼모가 돼가고 있다. 이것은 신체 구속보다 더한 정신적 인권유린이 될 수 있다.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은 강 교수 사건을 계기로 구속 수사율이 3%대인 우리나라 검찰의 인권경시 태도를 들고 나왔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350만명이 굶어죽고 하루에도 수 백명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북한의 인권에는 왜 침묵하는가? 굶주리고 매맞고,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강 교수의 인권보다 하위 수준의 개념인가? 이들이 주장하는 인류보편적 가치는 친북파에게만 적용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권, 강정구 인권 내세우며 색깔론 전술로

열린우리당이 강 교수를 보호하는 것을 공안사건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여권은 이를 색깔론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 의견도 흘러나온다. 여권은 근본적으로 국가보안법 철폐 논의로 몰아가 ‘수구 대 진보’의 전선을 재생산하려는 의도까지 엿보인다.

이것은 노 대통령과 여권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지지율 10%까지 떨어진 여권의 흩어진 지지자를 다시 모으는 데 이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우리 현대사를 ‘친미와 독재, 고문과 인권유린, 시위와 투쟁의 정치’로만 인식하는 많은 386 세대들에게 과거 권위주의 정권은 듣기만 해도 거부의 대상이 된다. 이들은 ‘전두환’이란 세 글자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식 백색 공포, 화이트 콤플렉스(White Complex)다. 강정구 사법처리를 주장하는 세력을 ‘화이트’로 몰아간다. 이들은 인권에 관심이 없는 ‘수구 꼴통’이라는 식이다. 그리고 이들은 전두환 독재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덮어씌운다. 유시민 의원은 최근 공개적으로 한나라당의 당명을 ‘민정당’이나 ‘유신당’으로 바꾸라고 말했다.

이들은 2002년 대선 직전에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통해 한미동맹을 옹호하는 세력을 자국민 인권을 소홀히 하는 친미(親美) 사대주의 세력으로 몰아 크게 장사를 한 적이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은 연일 한나라당의 정체성 의문 제기는 ‘색깔론’이라고 폄하하고 공격한다. 여기에 같은 코드의 언론이 ‘박근혜=색깔론의 주역’ 형태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화이트 콤플렉스를 조장하는 세력들은 자유주의 세력을 친일의 잔재, 독재의 유산, 유신의 후예 등으로 공격한다. 화이트 콤플렉스를 부추켜 386세대를 재집결시키고 싶은 유혹이 여권의 밑바닥부터 꿈틀거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이날 공안검사 출신 한나라당 의원 여덟명에 대한 이력을 공개했다. 여의도에는 벌써 화이트 콤플렉스의 그림자가 보인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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