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일부 의원 “남북기본합의서 국회비준” 주장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남북기본합의서’ 국회비준동의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1991년 채택된 이후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남북기본합의서’를 국회비준 동의절차를 걸쳐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6일 국회에서는 기본합의서 국회비준을 촉구해온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모여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회의원-시민단체협의회’를 창립했다. 이 단체에는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 민주당 김효석 의원, 민노당 이영순 의원이 참가하고 시민단체에서는 <평화통일시민연대>(상임공동대표 이장희), <흥사단민족통일운동본부>(상임공동대표 박원철) 등이 참여했다.

창립총회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기본합의서’의 기본틀을 재조명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6자회담에 성실히 임하면서 그 틀 내에서 당사자 원칙을 강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장희 공동대표는 “남북기본합의서가 발효되면 경제교류 협력으로 인해 국민은 재정적 부담을 진다”면서 “헌법 60조 1항은 국가나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는 조약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기본합의서’ 법제화, 국민동의 거쳐야

정부는 그동안 헌법상 북한이 우리나라 영토이기 때문에 ‘남북기본합의서’를 국제적 조약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동서독 같은 경우 국제조약으로 보고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쳤다”며 “조약이란 반드시 주권국가간에만 맺는 것이 아니라 국제법 주체의 하나인 분단체 사이에도 맺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통일부 박찬봉 정책기획관은 “북한과 맺은 약속을 타국과 맺은 조약으로 취급할 수 없다”며 “합의서를 법적인 효력을 갖는 조약으로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또 국가보안법 철폐와 전쟁을 막기 위해서도 ‘남북기본합의서’의 국회비준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장희 대표는 “’남북기본합의서’가 국회비준동의를 거쳐 법적인 효력을 거치면 국내 모순관계가 정리된다”면서 “특히 남북기본합의서를 근거로 국가보안법을 헌법 소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남북기본합의서의 국회비준동의가 필요하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동의해 준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국회비준동의 절차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비준 나쁠 것 없지만, 의미 있나?”

한편, 1991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기본합의서 작성에 참여한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남북기본합의서’ 내용이 우리가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비준동의가 나쁠 것이 없다”면서 “그러나 북측이 이미 ‘남북기본합의서’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합의서가 국회비준동의를 거치면 남과 북이 모여 법률심의를 하게 된다”면서 “남과 북이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해 협상하기 때문에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면 오히려 국가보안법 철폐 근거가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1991년 12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5차 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의 화해 및 불가침, 교류협력 등에 관해 공동 합의한 기본 문서이다. 북한은 1991년 제6기 제19차 전원회의에서 기본합의서를 평화통일강령으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합의 내용이 백지화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는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은 90년대 초 옛 공산권 국가가 무너질 때 도미노 현상을 우려한 김일성이 일시적으로 위기를 넘기기 위해 대화에 참여한 것에 불과했다”며 “남북기본합의서는 체결 즉시 북에서 사문화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