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남북기본합의서 국회비준” 요구

▲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

납북기본합의서 체결 14주년을 기념해 여야 국회의원과 통일단체 회원들은 13일 국회에서 남북기본합의서 국회비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회견에는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과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 민주당 손봉숙 의원,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 이외에도 지난 6월 <한반도평화국민연대>가 국회의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여야 의원 30여 명이 국회 비준에 동의했다고 회견 참가자들은 밝혔다.

이장희 교수는 비준촉구 제안설명을 통해 “한반도 평화구축과 민족내부 거래 인정, 한반도 평화체제 당사자를 북-미가 아닌 남-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다”면서 “합의서를 비준할 경우 외부의 무례한 요구를 배제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통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남북관계 관련 법제들을 정비하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일반 법률 제정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제반 법률들에 대한 기본법적 지위를 갖는 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국회에서 비준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1년 12월 13일 남북 사이에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는 남북화해, 상호 무력사용을 배제하는 남북불가침, 남북 주민간 자유왕래를 촉구하는 교류 협력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북측에서 1992년 2월 26일 최고인민회의를 통과해 김일성의 비준을 받았으나, 남측에서는 2000년 여야 합의로 지지결의를 밝힌 것 이외에는 법적 효력이 부여되지 못했다.

당시 북한은 합의서 체결 이후 이행을 위한 구체적 실천을 요구하는 남한과 달리, 위원회를 위한 세부 위원회 구성만을 계속 요구해 노태우 정부는 북의 실천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했다.

북측이 당시 남북기본합의서에 비준한 배경에는 동구권 사회주의 몰락에 따른 북한 체제붕괴와 흡수통일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후 북한의 핵개발과 ‘우리식 사회주의’ 고수로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은 사실상 사장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김원웅 의원은 “국회의 형식적 지지결의, 법원의 결정에 의해 기본합의서는 신사협정 수준으로 존재해왔다”면서 “통일부 장관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기본합의서를 비준 동의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도 “늦게나마 남북기본합의서가 국회 비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여 다행이다”면서 “민주노동당은 국회 비준 동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북기본합의서는 1991년 12월 그 동안의 대결관계를 청산하고 화해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남북 사이에 체결된 남북관계에 대한 포괄적인 규정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남북대화 중단을 거치면서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들었던 기본합의서 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국회에서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과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으로부터 기본합의서 비준 동의를 촉구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납북기본합의서 체결이 현재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가?

(이하 열린당 김원웅)이행에는 단계와 절차가 있다. 기본합의서 25조에 나와있듯이 남과 북이 각기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그 내용을 서로 교환해야 효력이 발생된다. 일단 이런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남북기본합의서 국회비준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정부 당국자들이 역사의식이 불철저해서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중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그동안 비준안 통과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나와 정문헌 의원이 조목조목 지적하자 뒤늦게나마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북은 체결 당시부터 사실상 실행의지가 없었다는 평가가 중론인데.

(이하 한나라당 정문헌)남북간의 합의서 정신이 유효했다면 한반도는 상당한 변화가 가능했다. 합의서 정신이 실종된 것은 핵 문제가 부각되면서부터다.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제기되고 북-미 간 갈등이 커지면서 남북당사자 원칙에서 미국이 직접 개입하는 형태로 이전됐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급속하게 경색된 것이다.

국제사회가 남북관계가 당사자 원칙을 존중하고, 핵 문제가 남북관계를 통해 해결되는 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북핵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합의서 국회 비준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합의서 비준은 평화통일로 가야 하는데, 장애물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본다. 현재 북핵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를 지향해 가면서 핵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궁극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핵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다.

남북관계의 정신을 돌아보고 그동안 남북관계와 핵문제의 부침(rise and fall)을 검토해 보는 것이 우리의 향후 통일문제나 외교문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합의서에는 상호 내부문제에는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북한인권 개선’과 충돌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북한 인권문제는 이미 국제적인 이슈가 됐다. 내정이 아니라 유엔차원에서 논의되는 문제가 됐다는 뜻이다. 또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은 단순히 북한 내부 문제로 볼 수 없다.

▲ 이영순 의원

-이미 사문화 됐다는 평가도 많은데.

(이하 민노당 이영순측) 현재 합의서 정신 사장됐다는 지적도 많다. 그런 현실적인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6.15 공동선언으로 기본합의서의 의미가 퇴색된 점도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관한 선언을 국회에서 비준할 경우 조약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외부의 남북관계 개입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합의서 국회비준은 민주노동당 당론인가.

당론은 아니지만 반대할 의원이 있겠는가. 대다수 의원들이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비준 통과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정부가 아직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국회에서 한번도 쟁점화 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논의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논의가 시작되면 상당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