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국제미술전 `김일성 사랑해’ 벽화 논란

전남 여수에서 열린 국제미술전시회에 `우리는 김일성을 사랑한다’는 영문 글귀가 적힌 작품이 전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여수시에 따르면 시가 지난달 30일 개최한 `2008 여수 국제아트페스티벌’ 본전시관인 여수 광무동 진남문예회관 벽면에는 `Samsung vs. Kim Il Sung(삼성 대 김일성)’이라는 제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핀란드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로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리코 사키넨(Riiko Sakkinen.32)이 그린 이 벽화 상단에는 `WE ♡ SAMSUNG AND KIM IL-SUNG(우리는 삼성과 김일성을 사랑한다)’고 적혀 있고 아래에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돼지가 그려져 있다.

돼지의 왼편에는 액자들이 걸려 있으며 이 가운데는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브랜드’라는 제목 아래 현대, 엘지, 삼성, 김일성, 김정일, 대한항공, 한나라당 등이 나열된 것도 있다.

사키넨은 자신의 홈페이지(www.riikosakkinen.com)에 이 작품의 사진을 게재하고 “삼성은 수익 규모 면에서 남한의 최대 재벌이며 김일성은 북한의 건국부터 자신의 사망 시점까지 북한의 지도자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관람객들이 `김일성을 사랑한다’는 글귀를 문제 삼아 논란이 일었으며 국가정보원도 경위 파악에 나서자 국제미술전 추진위원회는 문제가 된 글귀의 일부를 액자로 가리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시 관계자는 “벽화의 이적성과 용공성을 들어 당장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항의전화가 하루 평균 50여 통이나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술 작품을 정치적인 잣대로 재단하는 편협한 시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시회 추진위원인 김일권 전남대 교수는 “사키넨이 한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를 삼성과 김일성으로 보고 이를 우화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상표주의와 상업주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며 “예술 작품이 진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주목하는 문화의식 수준이 아쉽다”고 말했다.

2006년에 이어 올해로 두번째를 맞는 여수 국제아트페스티벌은 지난달 30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진남문예회관과 오동도 전시관 등지에서 열리며 국내 작가 225명과 해외 작가 50명이 참여, 516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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