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소리>에 ‘북한 민중’은 없다

▲ <민중의 소리>에 실린 DailyNK 반론기사

인터넷신문 <민중의 소리>에 DailyNK 8월 30일자 보도 “신의주 ‘강영세 비리사건’을 아십니까?”에 대한 반론기사가 실렸다. 기사의 제목인즉 “<데일리NK> ‘북 주민이 제보한 기사’는 ‘소설’이었다” 이다.

월요일판 신문 준비를 위해 일요일 오후에 출근한 기자는, 기사에 딸린 댓글을 따라 <민중의 소리>를 찾게 되었다. 내가 쓴 기사가 ‘소설’이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민중의 소리>는 “대북무역사업을 하고 있는 대동무역 김영미 전무와 남북경제교류의 창구인 민족경제인연합회(민경련)를 통해” DailyNK 기사의 신빙성에 대해 물었으며 그 결과 ‘소설’이라 단정했다.

희한한 취재방식이다. 특정기사에 대한 반론 기사를 쓴다면, 일단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최소한 ‘전화확인’이라도 해보는 게 당연한 자세 아닌가? 설사 ‘소설’을 썼다고 하더라도 ‘작가’에게 물어보는 절차는 거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기자는 <민중의 소리>로부터 전화 한 통화 받아본 적도 없다.

기사를 쓴 표주연 기자에게 묻고 싶다. 하다못해 형사사건을 취재할 때도 경찰과 피의자 및 피해자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기사를 쓰는 것이 기자의 상식이다. 그런데 상대의 자질과 인격을 깎아 내릴 수도 있는 이러한 기사를 쓰면서 상대방으로부터 어떠한 의견도 청취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기자의 상식’ 이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를 따져볼 일이다.

DailyNK에 물증 있으니, 와서 봐라

기자는 8월 26일 신의주의 제보자와 두 차례 통화를 하였다. 처음에 유선(有線)전화로 한동안 하소연을 듣다가 증언의 구체성과 목소리의 진실성이 느껴지길래 ‘아차,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휴대폰으로 재차 통화를 했다. 휴대폰과 MP3플레이어를 연결해 그 내용을 모두 녹음해 두었다.

DailyNK에서 ‘상업성’에 눈이 멀었다면 인터넷 매체의 장점을 살려 음성변조 조치를 취한 뒤 그 녹음내용을 그대로 보도할 수도 있었지만, 제보자의 신변에 있을지 모르는 ‘만의 하나’의 상황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다. <민중의 소리>가 반론기사를 쓰면서 기자에게 요청을 했다면 비공개를 전제로 흔쾌히 그 녹음내용을 들려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중의 소리>는 이러한 확인을 하지 않았다. ‘DailyNK가 소설을 썼을 거야’라는 선입견을 갖고 취재를 시작하다 보니 물증(物證)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문제는 ‘편견’이며, 상대에 대한 증오와 불신에 있다. <민중의 소리>는 DailyNK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거두고 이성과 상식의 ‘기자정신’으로 되돌아와 진실보도에만 충실해 줄 것을 정중히 충고한다.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안하나?

8월 26일에 제보를 받은 DailyNK는 팩트(fact)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으며 북한 내외부의 소식통을 총 가동해 이것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교차 확인’을 통해 증언의 신빙성을 확인하게 된 8월 30일에야 보도를 했다. 자화자찬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상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표주연 기자는 “인터넷 언론 <데일리NK>가 ‘특종’을 터트렸다”고 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자는 이번에 특종을 했다고 생각지도 않았으며, 우쭐한 기분을 느껴보지도 않았다. 오로지 기쁨이 있다면 북한 민중의 생생한 목소리가 우리에게 직접 전해져, 우리가 북한 민중의 목소리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된 점이었다. 이것은 더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DailyNK의 사명과 역할이 한층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민중의 소리>는 오직 ‘민경련’에 의존해 취재를 했다. 기자는 참으로 아리송하다. ‘민중의 소리’를 전한다는 <민중의 소리>는 DailyNK 보다 더더욱 북한 민중의 편에 서야 할 텐데, 왜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민중의 소리보다 당국이나 공인된 기구의 해명을 존중하는 것일까? 왜 북한 민중의 소리는 들어있지 않은 것일까?

각설하고 다시 한번 충고한다. <민중의 소리>는 이어지는 기사에 기성언론의 북한관련 역대 오보를 소개하면서 “어차피 확인 못할 것 쓰고 본다?”라고 제목을 붙였다. 이번 <민중의 소리>의 태도로 보건대 ‘어차피 확인 못할 것 쓰고 보는’ 기자는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확인하지 않고 쓰는 기자(?)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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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이 제보한 기사’는 ‘소설’이었다 – <민중의 소리> 기사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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