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슈타트 “김정일, 동북아 ‘도박판돈’ 한층 불렸다”

지난 2000년 클린턴 정부가 이미 실패할 것으로 예견된 대북 ‘평화정책’을 펼쳐나가던 시기, 김정일은 미 국무장관에게 1998년 북한이 실험한 장거리 탄도 미사일 대포동 1호는 자기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실험이라고 확언했었다. 언제나 ‘관대’하기만 한 친애하는 지도자는 그때도 진심이었고, 지금도 물론 진심이다.

이번 주 6발의 중, 단거리 미사일과 함께 발사된 장거리 미사일은 대포동 1호가 아닌 북한이 새로 개발한 다단계 대륙간 미사일 대포동 2호이다.

그러나 이런 말장난이나 언어 유희로 북한이 최근 드러내고 있는 깊고 검은 속셈을 숨길 수는 없다. 북한은 사전 경고도 없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하여 개발한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김정일이 위원장으로 있는 북한의 국방위원회는 미국이 자신들의 속셈을 잘못 오해할 것을 우려했음인지 다른 날도 아니고 미국 독립기념일을 택하여 미사일들을 발사했다.

부시 정부와의 기 싸움에서 단순히 판돈을 더 올리고자 평양정권이 이러한 도발행위를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이제까지 그들이 저지른 어떤 도발행위보다 더 불길하다고 보는 것은, ‘미 제국주의자들’과의 대결이 보다 위험으로 치달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일과 그의 직속 부하들이 이를 불사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고, 북한의 지도부는 자신들이 기 싸움에서 미국보다는 한 수 위라고 자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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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미국의 우방들이 직면한 이 새로운 위협의 본질을 이해하자면 먼저, 북한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여야 한다. 여러 논객들은 평양정권은 자신들의 정권 유지가 제일 시급하고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하나마나 한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 그 어느 정권도 자신들의 정권유지처럼 중요한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북한의 정권유지 욕구가 남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북한은 김정일의 통치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는 회복불능에 빠졌다. 인류사에 있어 북한은 문명화되고 고등교육이 실시된 평화시절에 대량 아사를 겪게 된 유일무이한 진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국가적 결핍을 극복하기 위하여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의 폐쇄적이고 억압적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했던 일그러지고 파괴적인 정책을 불식시켰어야 했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부는 이런 해결책을 악착같이 외면하고 부정해왔다.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들은 다른 모든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용정책들을 사회주의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한 독약이라고 주장해왔다. 평양정권은 구소련의 사회주의가 멸망한 이유는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 자본주의의 ‘사상적, 문화적 침투’를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선전한다. 이 말은 즉, 정권 지도자들은 수용소라고밖에 볼 수 없는 북한에 자본주의 부르주아들의 침입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바깥 세상과 정상적인 통상교역을 전면 거부하면서 북한정권은 어떻게 나라 살림을 유지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김정일 시대에 펼쳐진 두 슬로건에서 찾을 수 있다. ‘강성대국’과 ‘선군정치’가 그것이다. 1998년 평양정권은 ‘강성대국’이 어떤 뜻인지 밝힌 바 있다. “국가 방위력을 확립한다는 의미는 국가의 정치적 독립과 경제적 자립을 군사적으로 보증하는 것”이란 의미이고, “대포 총구들이 막강할 때 국가도 번성한다”란 뜻이다.

평양정권은 ‘선군정치’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군사적 힘이 어떻게 나라의 경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강력한 자생적 국가방위 산업의 기초를 닦아 놓으면 경공업과 농업을 포함한 인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모든 분야의 경제도 다시 함께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구호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도무지 국가방위 산업이 어떻게 자생적이며, 다른 경제분야를 함께 살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단 말인가?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군사에 쓰는 비용이 순이익을 유발해야 하는데,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다른 곳에서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다른 곳이란 바로 외국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북한은 군사력을 통한 국제사회로부터의 갈취를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북한의 지도부는 다른 나라들에게 전략적 불안과 군사적 위협을 ‘수출’하면 자신들의 정권을 경제적으로 무난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북한 지도부는 국제적 긴장을 적당히 조성하고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군사적 위협도 제시하면서 이웃 국가들과 다른 국제사회로부터 ‘자기들 식의 사회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재원을 갈취하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평양정권의 이런 식의 약탈 정책은 실제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다른 공산주의 국가들처럼 지구 상에서 사라지지도 않았고, 경제개혁을 한다면서 자신들의 무한독재를 양보하는 짓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북한은 그 동안 핵무기의 생산을 제한하던 여러 국제규약을 하나하나 조직적으로 위반해왔다. 믿기 어렵겠지만 북한은 현재 남한과 태평양 강국들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을 상대로 전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비핵화’ 협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사실상 이 협상의 진행이나 의제를 평양정권이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북한의 살상 능력이 증가하여 왔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으로 들어가는 ‘비상업적’ 채널들이 (주변국들의 원조 및 마약밀매, 위조지폐 유통 등 국가적 범죄행위) 늘었다는 것이다. ‘선군정치’ 시대에 북한의 무역 적자는 증가일로 추세였다. 북한의 지도부는 자신들의 이런 특유한 시스템을 강변함과 동시에 그들의 이러한 적자경제를 약점이라기 보다는 정치적 힘을 구축하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김정일과 그의 정권에 대하여 때때로 ‘악의 축’ ‘난장이’ 등과 같은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부시의 대북정책을 알맹이 없는 허풍이라고 단정하고 부시의 불평이나 경고에 별로 신경 쓸 것 없다고 결론지은 것 같다.

부시 정권에 대한 평양의 전략적 성공들을 보면 실로 클린턴 정권 때 써먹었던 벼랑끝 전술이 무색해 보일 지경이다. 대외적으로 부시 정부는 스스로 북한의 핵 도발에 대응하기를 꺼려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실질적으로 다른 우방국들과의 공동 대응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의 핵도발에 맞서 부시 행정부는 이빨 없이 회의만 계속하는 외교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속내를 들여다본 김정일 정권은 지금까지 해오던 도박의 판돈을 한층 더 불린 것 같다. 만약 이 도박에서 김정일이 이기면 그는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경제적, 전략적 이득을 볼 것이다. 김정일의 이번 판돈이 바로 탄도 미사일이다. 그는 이 탄도 미사일을 전략적 파괴봉으로 휘두르며 앞으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 아시아의 안보구조를 깨려고 할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2006-07-06)

니콜라스 에버슈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번역 / 안경희 국제팀장

다음은 기사 원문

Nuclear Shakedown

Back in 2000, during the final phase of the Clinton administration’s ill-fated “peace offensive” toward the North Korean regime, Kim Jong Il personally assured an American secretary of state that the 1998 test-firing of a ballistic rocket “was our first launch–and our last” of the DPRK’s long-range Taepodong-1. The ever-magnanimous Dear Leader is still true to his word, as it were. For the long-range rocket launched this week (along with six short-range missiles) was not a Taepodong-1, but rather a Taepodong-2: North Korea’s new and improved multistage intercontinental ballistic weapon.

Wordplay and semiotics, however, cannot obscure the grim significance of North Korea’s latest move. Without warning, it shot off a missile it has been developing for the purpose of striking the U.S. Lest there be any possible ambiguity about the nature of the intended threat, North Korea’s National Defense Commission (chaired by Kim Jong Il) timed the launch to coincide with America’s Independence Day celebrations.

By this provocation, Pyongyang has done more than simply raise the stakes in its contest of wills with the Bush administration. Much more ominously, the launch reveals that the Dear Leader and his inner circle are ready to ratchet up their confrontation with “the imperialists” to a new and still more dangerous level–and that North Korea’s masters are confident that they hold the upper hand in this esca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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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appreciate the nature of the new menace now gathering before the U.S. and its allies, we must first understand North Korean objectives. Pundits often observe that Pyongyang is intent, foremost, upon regime survival. While incontestably true, this “insight” is also utterly superficial, insofar as all governments regard their own survival as a paramount priority. What distinguishes North Korea’s quest for survival are the peculiar and punitive conditions that must be satisfied in order to prolong Kim Jong Il’s rule.

Economically, North Korea is a basket case: It enjoys the dubious distinction of being the only urbanized and literate society in human history to suffer mass famine during peacetime. To relieve the nation’s desperate privation, the leadership need do little more than cease enforcing the costly distortions and destructive practices they insist upon maintaining over their closed and repressed economy. But DPRK policy makers have vetoed this option again and again. According to the repeated pronouncements of their state media, they regard the pragmatic reform measures routinely adopted these days in other countries as potentially lethal for their own system. In Pyongyang’s telling, “ideological and cultural infiltration”–economic and other contacts with the outside world–brought down Soviet socialism; the masters of Pyongyang have no intention of allowing this bourgeois infection to undo their own gulag paradise.

But if the regime is unwilling to acquiesce in regular commercial intercourse with the world economy, how can it hope to sustain itself financially? Pyongyang’s own answers to the question are indicated by the two overarching slogans that have been unfurled in the Kim Jong Il era: the imperatives of building “a powerful and prosperous state” and “military-first politics.” Pyongyang spelled out the meaning of the first slogan in 1998, explaining that “defense capabilities are a military guarantee for national political independence and the self-reliant economy,” and that “the nation can become prosperous only when the barrel of the gun is strong.”

Further official pronouncements about “military-first politics” have elucidated Pyongyang’s view of exactly how military might conduces to national wealth. Particularly noteworthy is the following formulation: “Once we lay the foundations for a powerful self-sustaining national defense industry, we will be able to rejuvenate all economic fields, to include light industry and agriculture and enhance the quality of the people’s lives.” One might well wonder: How could any country’s defense sector expect to become “self-sustaining”–much less a vehicle for financing the development of other economic sectors? The only conceivable scenario is one where military expenditures were deployed to earn net profits. This can only mean extracting resources from elsewhere–that is, from other countries.
Plainly put, North Korea’s survival strategy is a policy of international military extortion. North Korea’s rulers have concluded that it is safest to finance the survival of their state through the international export of strategic insecurity and military menace. Consequently, the leadership, as a matter of course, strives to generate sufficiently grave international tensions, and present sufficiently credible security threats, to wrest a flow of essentially coerced transfers from neighbors and other international targets sufficient in volume to assure the continuation of what Pyongyang describes as “our own style of socialism.”

To date, Pyongyang’s predatory security strategy has actually worked rather well. After all, the DPRK, unlike so many other communist regimes, has neither vanished from the face of the earth nor compromised its claim to unlimited domestic authority through system-altering economic reforms. Moreover, North Korea has methodically unburdened itself of the various international obligations that had heretofore seemingly constrained its prerogative to amass a nuclear arsenal. Improbable as it may sound, Pyongyang has now come to engage South Korea and the great powers of the Pacific (China, Japan, Russia and the U.S.) in “denuclearization” talks from a position of tactical advantage (with supposed nonproliferation deliberations occurring on a schedule and according to an agenda largely of Pyongyang’s own choosing).

No less important: As the perceived killing potential of the North Korean state has waxed, so has the aggregate level of net foreign resources transmitted to the DPRK through “non-commercial” channels (such as aid payments from concerned neighboring states or state-sponsored criminal activities, including drug smuggling and counterfeiting). North Korea’s balance of trade deficit has soared during the era of “military-first politics”–and, for the idiosyncratic system they oversee, DPRK leaders view that deficit not as an indicator of economic weakness but as a proxy for political strength.

Although the Bush administration’s rhetoric about Kim Jong Il and his regime has sometimes been ferocious (“loathsome dwarf,” “axis of evil,” etc.), North Korea’s leaders seem to have concluded that the Bush North Korea policy consists mainly of empty words–and that oft-repeated admonitions and warnings need not be taken terribly seriously. By more than one criterion, indeed, Pyongyang’s strategic successes on the Bush watch outshine those from its brinkmanship during the Clinton years. Apparently unwilling to move against North Korea’s nuclear challenges by itself, and evidently incapable of fashioning a practical response involving allies and others, the Bush administration’s response to Pyongyang’s atomic provocations is today principally characterized by renewed calls for additional rounds of toothless conference diplomacy.

Having taken the measure of his American adversaries, Kim Jong Il and his regime are now embarking on a perilous new high-stakes gamble, one through which they may earn unprecedented economic and strategic benefits. Ballistic missiles are their instrument in this venture. These will be wielded as like a strategic battering ram, with the aim of shattering the U.S. security architecture in the Korean peninsula and throughout northeast Asia.

Nicholas Eberstadt is the Henry Wendt Scholar in Political Economy at A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