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전망…북미 `진심탐색’ 예고

북핵 6자회담이 중단 13개월 만인 오는 1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비상한 관심 속에 재개된다.

‘성과 있는 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결국 북미간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날 것’이라는 비관론도 혼재한다. 북미간 ‘진심탐색’이 치열하게 펼쳐질 이번 회담을 전망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접점 찾을 가능성 있나 = 이번 회담이 5차 2단계 회의로 명명된 데서 보듯 지난해 채택된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1차적 회담목적이다.

그리고 회담의 성패는 이른바 북한 핵폐기를 위한 ‘초기단계 이행조치’와 북한에 돌아갈 상응조치 사이에서 `절묘한 접점’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일단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가 꽤 적극적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중간선거 패배 이후 대북 협상에 주력하는 미국은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북핵문제를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나의 목표와 일정표는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09년 1월 이전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되돌릴 수 없도록 폐기하는 조치를 완료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 요인을 감안한 미국측 움직임은 최근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달 중순만 하더라도 `조기이행조치’로 알려졌던 북한이 취해야 할 조치가 최근에는 ‘초기단계 이행조치'(송민순 외교부 장관)로 불리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들은 다소 추상적으로 던져진 북한의 이행조치가 협상이 임박하면서 구체적인, 그리고 단계적인 내용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다시 말해 ▲영변 5MW 원자로 등 핵시설 가동중단 ▲가동중단 여부를 확인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 수용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함한 핵 관련 프로그램의 성실한 신고 ▲핵실험장 폐쇄 등으로 알려진 조기이행조치가 내용적으로 구분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즉 영변 원자로 등 핵시설 가동중단과 사찰 수용을 ‘초기단계’로 묶고 뒤의 항목을 ‘이후 단계조치’로 나눴다는 얘기다.

물론 이에 따라 북한에 줄 조치도 구분될 수 있다.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수용할 경우 ‘북한 체제에 대한 서면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이후 단계조치를 받아들이면 중유 제공 등 에너지 및 경제 지원이 거론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북한이 `부시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체제안전보장에 관심을 보이고, 겨울철에 접어든 상황에서 무리한 대결을 피하려 할 경우 이번 협상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합의’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의장국 중국은 ‘공동성명’이나 ‘의장성명’ 등의 형식으로 이번 회담의 성과를 담아 발표하고 내년 1월 3단계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3단계 회의에서는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4-6개의 실무그룹회의를 운영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는 곧 6자회담의 성격전환을 의미한다. 평양과 워싱턴의 관계개선을 논의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그 자체가 한반도의 냉전구도 와해를 이끄는 엄청난 일이 될 수 있다.

◇암초는 없나 = 곳곳에 지뢰가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폐기 의지가 관건이다. 북한으로서는 `마지막 보루’인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기가 여간 쉽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볼 때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이행조치의 첫단계에서부터 까다롭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 이행조치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최대화하려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먼저 영변 원자로 가동중단이나 사찰 수용을 대가로 북한은 서면화된 체제보장은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지원을 먼저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핵시설 신고를 놓고도 대상을 최소화할 공산이 크다. 미국이 요구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 관련 프로그램’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판단한 시설만 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신고’ 문제에서는 특히 고농축우라늄(HEU)이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신고의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HEU를 내심 상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지만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핵군축’ 얘기를 꺼낼 경우에도 회담 전망은 어두워진다.

북한이 이번 회담의 성격을 ‘핵군축 회담’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하게 나올 경우 협상 분위기는 초반부터 깨질 수 있다.

또 북한이 줄곧 제기해온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강변할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6자회담과 별개인 실무그룹을 통해 논의하자는 미국의 요구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주장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이 회담에 복귀한 점을 내세워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른 제재는 물론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이후 각국이 독자적으로 취하고 있는 제재조치를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다소 무리한 태도에 대해 미국도 맞불작전으로 나설 경우 13개월만에 재개된 6자회담이 다시 장기 교착상황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의장국 중국이 버티는 6자회담의 속성상 어떻게 해서든 협상의 동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외교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정부 소식통들도 “북한이 BDA나 핵군축 등 이런저런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협상의 큰 줄거리를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연합